Movie

방자전/김태우 2010

bakingbook 2010. 6. 30. 18:27
2010/06/30 22:52

감독 : 김대우
출연 : 김주혁 (방자 역), 류승범 (몽룡 역), 조여정(춘향역), 류현경(향단 역), 오달수 (마노인 역), 공현진 (색안경 역), 김성령(월매 역)


<방자전>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점은 각자 달랐지만 그래서 영화에서 보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엿볼 수도 있었다.

백번 듣느니 한번 보는게 낫다는 평소 생각대로 별루 좋아하지 않는 멜러영화 (것도 에로틱멜러>를 보게 된 것인데 결론은 재미있었다. <방자전>은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그는 배용준이 주연했던 <스캔들> 시나리오도 쓴바 있다. 퓨전 에로틱 사극 전문이란 말인가.^^

영화 <춘향전>의 역사

내가 아는한 영화화된 춘향이 이야기는 1960년대 신상옥감독이 최은희를 내세운 <성춘향>과 홍성기감독이 김지미를 내세운 <춘향전>에서 부터 조승우가 나왔던 임권택감독의 <춘향뎐> 이다.

춘향전이 최초로 영화화된 것은 일제시대 때 인1923년 조천고주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춘향전>으로 이때는 무성영화시대라 변사의 목소리로 조선극장에서 상영되었다고 한다. 1935년 이명우 감독의 <춘향전>이 한국최초의 유성영화로 기록되어있다. 한국최초의 발성장치를 만든 이필우씨 대본으로 단성사에서 개봉되어 대히트를 기록, 여배우는 한국적 미인이라고 각광받던 문예봉으로 나중에 월북해서 활동하기도한다. 이규환감독의 춘향전(1955)은 서울인구 180만명시절 18만명의 흥행을 했다하고 춘향전은 영화화될때마다 당대 최고의 미남미녀배우를 캐스팅하고 대흥행을 기록했다.

앞서 얘기한 홍성기 감독과 신상옥 감독의 춘향전 대결은 칼라시네마스코프화면의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이 압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신상옥감독은 북한에서도 <사랑 사랑 내사랑> 이라는 제목으로 춘향전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탈선 춘향전> 등 츈향전의 여러버전인 선보였다. 이렇게 울나라 감독들과 관중이 젤로 사랑한 고전이 춘향전이다. 구전설화로 암행어사 설화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고전소설 신소설로 정착되고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로 리바이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많은 논문들이 나왔었는데 결론은 춘향이로 대변되는 정절 신화가 사대부 정신을 보호해야할 가치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는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판소리로 제작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기점으로 춘향전은 점점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낡은 이야기가 되어갔다.

<방자전>은 이러한 식상하기까지해서 이제는 더이상 구미가 당기지 않는<춘향전>을 시각을 달리해

살짝 비튼 내용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격자구조'의 일인칭 시점은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영화를 한정지어, 혹여 일어날 수 있는 고전의 폄훼에 대한 방어막 구실을 한다. 그래... 이야기일 뿐이야. 춘향이 설화에 대한 일어날 법한 이야기.하지만 고전에 대한 재해석이 진정 당대 사회에 대한 감독의 평가인지 흥행을 위한 도구인지는 봐야 아는 법. 영화를 다 보고 난 결과 감독이 원하는건 우리에게 친근한 춘향전을 재해석해 흥행의 돌파구를 찾으려는데 중점을 둔 듯 하다. 영화에서 복잡한 정치와 세태 풍자라는 것은 그다지 깊이가 없다. <방자전>에 대해 세간에서 흥행을 의식한 눈요기가 더 많이 회자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캐릭터

 

춘향이의 진짜 연인인 천민 신분의 방자 , 그는 신분만 돌이킬 수 없는 종이지 얼굴도 잘생겼지 몸도 좋지 수영도 잘하지 쌈도 잘하지 사랑도 잘하지 춘향에 대한 정절까정 퍼펙트 맨이당. 게다가 마노인의 모든 여자를 취할 수 있는 '작업기술신공'까지 연마했다.

기생딸인 춘향이가 양반의 정실이 되었는가는 설화의 내용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신분상승을 위해 이몽룡을 꼬시는 춘향이, 머리로는 이몽룡인데 맘은 멋진 방자한테 가네~

세속적 출세를 위해 멋진 이야기가 필요한 그저그런 능력의 보통남자 이몽룡

춘향이를 양반가에 정실로 앉히고 싶었으나 결국에는 춘향이의 진정한 행복을 원한 츤향엄마, 월매

그리고 권력을 얻으려한 것은 동네여자들을 다 안을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는 너무나도 솔직하고 변태스러운 변학도 그리고 실세로 관가를 좌지우지하는 호방..등등

 

선정적으로 여자의 몸을 흩는 카메라 보다 이렇게 춘향이와 방자가 데이트하는 장면을 포커스 아웃하는 장면이 제일 좋았다.

인물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스캔들 때부터 봐온 고운 색감의 한복과 봄꽃, 촛점을 인물에 맞추는 포커스 아웃의 촬영이 돋보인다.

저곳... 세 인물의 삼각관계가 이루어 지고 파국을 향하는 아름다운 계곡은 십이선녀 계곡은 아닐까..^^

<춘향전>은 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일 뿐이니, 여러가지로 해석된다해서 죄 될 것은 없다.

특히 <춘향전>에서 의도한 정절이데올로기를 생각한다면..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 있다. 춘향이의 시각은 없고 춘향이는 항상 대상일뿐이다. 영화에서는 월매도 향단이도 다 그런 존재다. 모든 삶이 그것으로 집중되어 있어 신분을 타개하고자 사업을 하는 방자나, 이름을 떨치고자 과거시험을 보고 음모를 꾸미는 이몽룡에 비해서 소극적이다. 하물며 그들보다 더 단순한 목적을 가진 변학도조차 가학적으로 적극적이다. ^^ 거참..

그것도 언제나 춘향의 몸이 문제라는 것...현대에 춘향이는 사실 연예인도 될 수 있고, 마돈나일수도

사업가일수도 정치가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거래를 원한다. 춘향이가 거래할 수 있는 것이 단지 몸뿐이 없었을뿐. 그러니

영화를 본 이들이 몽조리 '가슴'이야기만 하쥐, 남자의 가슴이든 여자의 가슴이든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야기가 지겨워지는데..작위적인 결말이 거슬린다.

흐름을 끊는 이야기속의 이야기와 이야기꾼의 설정 등등이 그렇다.

마지막에 왜 춘향이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싶고....영화의 구조를 볼 때 그저 이야기일뿐이라고 애써 강조할 필요가 있었나. 격자구조는 감정의 흐름을 단절시키는 구조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

요즘은 <신데렐라 언니> 같이 역사가 오래된 설화나 고전을 뒤집어 보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구에서 여러번 영화화 되었었다. 나중에는 로미오 주변의 사람들 관점에 의한 영화도 만들어졌었을 정도다. 신데렐라 동화는 어떤가 여러번 영화되었던 서구인들이 무진장 사랑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구전 설화는 원래 중국민담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유리구두가 아닌 모피 구두였다고 하고..중국이 가부장적 시절에는 여자에게는 혹독한 전족풍속이 있었다. 발이 작은 여자가 미인이라는 생각으로 어릴 적부터 여자의 발을 묶어 놓아 기형적으로 작게 만든 것이 전족이다. 이 발은 남자의 한손에 쥘 수 있었고 그로인해 아파하는 여자의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고 하고, 잘 걸을 수 없어 방밖으로 다닐 수 없어서 여자를 효과적으로 가둘수 있었다하고 또 다른 속설은 넘 깊은 이야기라 넘어가기로 한다. ^^

아프리카의 '여성할례' 처럼 지독히 잔혹한 풍속에 의해 만들어진 <신데렐라>는 서양에 의해 같은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었다. 왕자를 만나서 행복해지는 재투성이 신데렐라이야기말이다. 하지만 '신데렐라 컴플렉스'라는 여성학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지금은 꽤 조롱거리가 된 '공주병 이야기'되겠다.

'서사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보면 세계 각국의 민담의 기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프로프가 수집해서 분류한바에 의하면 참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동서양에서 발견된다. 신데렐라의 각국 버전에는 아름다운 것만이 아닌 매우 잔혹한 부분도 많이 있다. 구두에 발을 맞추려고 신데렐라 언니가 발을 잘라서 구두에 피가 흥건했다는 둥....피비린내나고 살인사건도 있다. 그런 부분을 가린 것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되서부터이다. 사실은 잔혹동화인 것이다.

<춘향전>도 사실은 그런 잔혹한 현실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춘향전>보다 30년 쯤 앞선 <남원고사>에는 그야말로 난봉꾼 이몽룡과 꽃뱀인 춘향이가 등장한다고도 한다. 현실에 신데렐라가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를 강의 할 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이이야기란 것은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속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중은 이야기꾼이 꾸며내는 이야기에 울고 웃고 하지만 선한이는 상을 받고 악한이는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주제에서 비로서 즐거움과 쾌감을 느낀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초라한 재투성이의 일상에서 화려한 영화속 이야기를 보면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신데렐라는 왕비가 되고 춘향이는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루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는 한 개인이 깨기는 너무나 큰 벽이다. 이야기라도 희망과 위안을 남겨줘야하지 않겠는가.

생활이 팍팍한 우리에게는 더 재미난 이야기꾼이 많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