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미스트/프랭크 다라몬트 본문

Movie

미스트/프랭크 다라몬트

bakingbook 2011. 10. 24. 18:52

스티븐 킹 원작의 <미스트>

그냥 그저 그런 괴물 영화려니 하며 무심코 보다가

앤딩 장면에서 반해버렸다. 이후

단편 혹은 중편 정도 되는 분량의

원서와 한국어 번역서까지 사서 보았는데

원작의 앤딩은 사뭇 다르다.

<쇼생크 탈출> 이후 다시 스티븐 킹 원작을 연출한

감독은 원작의 애매한 열린 결말을 바꿈으로

주제의식이 강한 영화로 만들었다.

작가는 이 원작의 결말을 맘에 들어했다지

나도 너무 좋아한다. 결말 하나 때문에 이 짧은 이야기는

생명력을 얻어 지금까지 내 맘 속에 하나의 충격으로 남아있다.

감 독 : 프랭크 다라몬트
출 연 : 토마스 제인(데이빗 드레이턴), 마샤 가이 하든(카모디 부인), 로리 홀든(아만다 던프리)

어느 날 폭풍우가 심하게 치고, 데이빗의 집에 나무가 쓰러져 데이빗의 작업방과 창고가 엉망이 되는 일이 벌어진다.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이웃주민 노튼에게 창고가 부서진 건에 대해 보험처리 여부를 묻고자 만나지만, 노튼 역시 차가 부서지는 등 피해를 당한 터라, 수리를 위해 데이빗의 차로 데이빗, 노튼, 데이빗의 아들 빌리와 함께 시내 중심가의 대형마트으로 가게 된다.
마트에서 쇼핑중에 갑자기 한 노인이 피를 흘리고 소리를 치며, "안개 속에 뭔가 있다"는 의문의 말을 하고 그와 동시에 마트 주변은 온통 안개속에 쌓이게 되고, 마트밖은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안개속 괴물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 사람들은 마트란 고립된 환경속에서 괴물의 공격에 대한 공포로 인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다. 광신자인 카모디 부인은 인간의 오만함과 죄악때문에 인류의 종말과 심판이 온거라고 떠들어대고, 처음엔 미친사람 취급하던 마트안의 사람들은 불안 심리에 의해 점점 그녀의 말에 동조하게 되는데...
괴물이 있다는 데이빗의 말에 괴물의 숙주를 봤음에도 믿지 않은 노튼과 사람들...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나 희생될 뿐이다.


이 영화에서 안개가 생기고, 그 속에서 숙주를 가진 괴물과 괴기한 곤충등이 생기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표면적인 이유는 일명 '화살촉프로젝트'라고 하는 군의 연구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부연설명은 없고 다만 환타지적 설명(새로운 세계의 통로를 열었고. 그 것을 통해 뭔가가;)이 다일 뿐이다.
안개라는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과 마트라는 폐쇄적 상황이 심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간혹 보이는 괴물들의습격은 이러한 공포를 현실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 데이빗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마트에서 이대로 당할 수 없다 차라리 나가서 죽더라도 실체를 확인하리라 불안한 결심을 하지만, 나가자 마자 일부 사람들은 괴물에게 무참히 공격을 당한다.

이 영화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먼저, 이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빗은 마치 헐리웃영화가 그러하듯, 초반에 세상을 구할 영웅처럼 모든 문제의 해결자처럼 굴지만, 역설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던지, 희생자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종국엔 이 영화의 주된 축이 되는 광신도인 카모디 부인의 비이성적 논리에 강한 믿음까지 부여하는사태까지 초래한다. (착하고 강한 캐릭터인 주인공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최후엔 승리를 한다라는 스토리에 길들여진 관객이라면 마지막에 거의 화가날 정도로 욕을 할지도 모른다;)

또한 처음엔 이성적인 사람들이, 그들이 평소에 비이성적인 종교인이라 치부한던 카모디 부인의 말에 점점 동조하면서 비이성적으로 변모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나 또한 완전짜증 캐릭터인 이 광신도가 '인간의 오만'과 '과학'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말에 약간은 동조가능성을 보였으니 말이다. 죄악의 속죄제로 군인을 살해할 때는 공포 상황 속의 인간광기의 절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이 허무하다는 의견이 많은데, 내가 가장 허무했던 순간은 카모디 부인이 죽었을 때였다.
마트라는 하나의 사회속에서 신이 선택한 자로 추앙된 그녀의 시시한 죽음은 인간의 이기적인 심리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나 장치였을 뿐이다. 그녀가 죽은 후, 어떤 사람도 죽음에 대해 두려워할 뿐 분개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
이 순간 만큼은 그들(주인공 데이빗과 추종세력) 또한 괴물처럼 자신들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또한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켜달라는 아들의 마지막 말도 지키지 못하는 주인공 데이빗의 극도의 절망적 선택은 '인간의 이기심'의 또다른 표현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데이빗이 모두를 죽이리라는 생각은 전혀하지 못했다. 그냥 생존한 사람들이 차에 내려 안개속으로 걸어가서 최후를 맞을 거라는 꽤 순수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게 아니였다.
이게 아니라면 난 마지막에 네 개의 총알로 나머지 사람을 죽이고 아들 빌리만 살리고 본인은 자살할 거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또 아니였다.
그렇다면 모두를 죽인 후 데이빗이 차에 나와 괴물에게 죽임을 당해 그들과 마지막까지 같은 길을 가는 걸로 영화는 끝나겠지하는 바람이 스쳤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이러한 나의 몇번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낸다.
결과적으로 이성적이란 포장을 쓴 주인공은 이기적인 선택으로 인해 일순간 바보로 전락된다.

마지막의 그 허무한 결말은 인간의 이기심의 양단면을 배치시킨다. 초반에 아이들이 걱정되서 마트에 나가겠다는 한 부인의 말에 다들 만류를 하고, 그 부인의 도움요청 또한 다들 무시한다. '지옥에나 가버려'라고 나간 그녀의 생사는 영화가 끝날 때쯤 자식을 죽인 주인공과 자식을 살리러 마트를 나간 부인의 시선교차로 인해 그 아이러니가 더욱 부각된다.

장난처럼 안개가 사라지고, 마치 괴물같은 탱크와 함께 나타난 군대의 등장 또한 이 영화가 주는 블록버스터적 환상을 지워버린다.

자동으로 영화 초반에 나온 대사가 떠오르게 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하나의 종으로써 인간은 기본적으로 미쳤어요. 한방에 둘을 갖다 놓으면 편을 갈라서 어떻게 죽일까 생각하기 바쁘죠, 정치나 종교가 그렇잖아요.".

맞다. 이 영화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영화다. 또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가정 또한 철저히 무시한다. 카모디부인에 의해 종교적으로 부정당하고, 데이빗에 의해 이성적으로도 부정하는 영화이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크나이트 라이즈  (0) 2012.07.25
프로메테우스  (0) 2012.06.16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0) 2011.10.24
러블리 본즈/피터잭슨  (0) 2011.10.15
도가니/황동혁 2011  (0) 201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