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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Let The Right One In)/토마스 알프레드슨 2008 본문

Movie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토마스 알프레드슨 2008

bakingbook 2011. 4. 4. 22:07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 카레 헤레브란트,리나 레안데르손

개봉 2008.11.13 스웨덴, 114분

이 영화는 욘 아이비데린드크비스트가 쓴 동명의 소설 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1980년대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12살짜리 소년과 흡혈귀간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열두 살을 영원으로 겪는 아이와 열두 살을 터널로 앓는 아이는 왜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들었는지에 대해 소설 『렛미인』은 잎을 떨군 겨울의 문장들로 하나하나 비밀을 풀어헤친다.
지난겨울 우리는 흔치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 한 편을 만났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적지 않은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 열두 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우정을 그린 <렛미인>이다. <타임>이 선정한 ‘2008년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영화’ <렛미인>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나라 스웨덴에서 왔다. 1981년 스웨덴을 배경으로,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는 열두 살 왕따 소년과 그런 소년을 위해 복수를 해주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호러라는 장르가 무색하게도 시적인 영상과 간결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영화에 원작이 있었으니, 영화 <렛미인>의 시나리오를 쓴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 『렛미인Låt den Rätte Komma In』이다.


작가의 고국 스웨덴은 물론이요 독일, 미국 등지에서 영화화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수십 차례나 받은 작가의 처녀작 『렛미인』은 놀랍게도 여덟 번이나 출간을 거절당한 ‘괴작’이었다. 스톡홀름의 교외 블라케베리에 사는 뱀파이어 소녀의 이야기라니, 게다가 뱀파이어 물 특유의 글래머러스함이나 도취적 에로티시즘 따위는 없는 소설이었으니 장르전문 출판사들이 거절할 만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렛미인』이 여타 뱀파이어 소설과 다른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걸 알아본 출판사는 장르소설과는 무관한 출판사였다고 한다.


영화가 원작의 뼈대만 고스란히 살린 한 편의 시詩였다면, 소설 『렛미인』은 서사적 위용을 갖춘 근육질의 대작이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암시적으로만 언급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일 것이다. 물론 작품의 중심에는 주인공 오스카르와 뱀파이어 친구 엘리의 우정(혹은 로맨스)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와 단단히 맞물려 있는 것은 영화에서는 스쳐 지나가듯 등장했던 주변 인물들—즉, 블라케베리에서 살아가는 출구 없는 인생들이다. 등장인물 중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인 뱀파이어조차 ‘먹고살기 위해서는 살인을 해야 한다는’ 실존적 고뇌에 몰아넣는 이 소설은 냉전이라는 시대적 비극 속에서 반쪽짜리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복지국가의 하층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러나 시종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그려나간다.


『렛미인』은 총 5부에 700여 페이지라는 덩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테크닉은 처녀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치밀하며, 스토리텔링은 물 흐르듯 능수능란하다. 호러를 근간으로 하여 사회소설, 블랙코미디, 미스터리, 그리고 퀴어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하나의 주제를 밀고 나가는 구동력도 놀랍다. 화제를 뿌린 영화의 원작자라는 흥미를 넘어 소설가 린드크비스트에게 기대를 품게 하는 지점들이다. 영미권, 일본어권에 잠식된 장르시장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북구 장르문학에서 린드크비스트는 분명 큰 몫을 담당할 작가로 자리잡을 것이다.
열두 살 외톨이 소년, 혹독한 겨울의 끝에서 뱀 파 이 어 친구를 만나다 소외와 권태로 얼어붙은 스톡홀름의 교외 블라케베리, 그 구멍 같은 곳에서 벌어진 3주 동안의 이야기…

영화 <렛미인>에 매혹되었다가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출판을 기다렸다. 하이얀 눈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이 기이한 동화의 암시적 텍스트는 어떤 원형을 갖고 있었을까. 필름에 아로새겨졌던 피와 눈물의 연금술은 어떻게 꿈꾸는 언어의 번안이었을까. 호칸은 엘리를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린드크비스트의 뱀파이어는 슬프고 외로운 피조물이다. 그는 오직 생존하길 원할 뿐이다. 오스카르는 엘리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 건지, 그리고 열두 살을 영원으로 겪는 아이와 열두 살을 터널로 앓는 아이는 왜 서로에게 그토록 빠져들었던 것인지에 대해, 소설 『렛미인』은 잎을 떨군 겨울의 문장들로 하나하나 비밀을 풀어헤친다.

마지막 책장까지 다 덮고 나면, 영화가 남긴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 또렷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John Ajvide Lindqvist

1968년 스웨덴 블라케베리에서 태어났다. 무시무시하게 환상적인 존 재가 되고 싶어한 린드크비스트는 십대 시절부터 거리 마술쇼를 선보였고, 마술사로 활동하면서 북유럽 카드트릭 챔피언십에서 2등에 입상하기도 했 다. 그후 12년 동안 스탠드업 코미디언, 텔레비전 코미디쇼와 드라마의 시 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린드크비스트는 블라케베리에 사는 뱀파이어를 그 린 자전적 소설 『렛미인』을 완성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괴상하다는 이유 로 여덟 군데의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두번째 소 설인 『언데드 다루는 법』을 쓰던 중 우드프론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꿈을 이루었다. 『렛미인』은 2004년 출간되어 이듬해 노르웨이에서 ‘최고 번역소설상’을 수상했고, 23개국에 소설판권이 계약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작가의 고국인 스웨덴은 물론, 독일, 미국 등지에서 20여 건이 넘는 영화화 제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마침내 그는 스웨덴의 촉망받는 차세대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손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영화 <렛미인> 은 트라이베카 영화제,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등 30여 개 영화제에서 48개 상을 수상하면서 2008년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렛미인』은 공포영화의 명가 해머 영화사에서 <클로버필드>의 감독 매트 리브스에 의해 할리우드 버전으로 다시 영화화중이며, 2010년에 개봉 예정이다.

다른 작품으로는 『종이 벽』(2006, 단편집), 『인간 항구』(2008)가 있으며, 『인간 항구』는 2008년 스웨덴 최고 문학상인 셀마 라겔뢰프 상과 예테보리 포스텐 문학상을 수상했다. 『언데드 다루는 법』은 2010년 스웨덴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며, 『인간 항구』 역시 토마스 알프레드손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다. 현재 린드크비스트는 다섯번째 소설 『작은 별』을 집필중이다. 그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