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본문

Movie

그대를 사랑합니다/추창민

bakingbook 2011. 3. 5. 22:12

감독 : 추창민
주연 : 김만석(이순재), 송이뿐(윤소정),
장군봉(송재호), 군봉 아내(김수미)
장르 : 드라마 | 한국 | 118 분
15세이상관람가 | 2011.02.17 개봉 | 118분


극장에서 영화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웬일로 영화가 보고 싶다 하신다. 친구분들과 보려하다가 롯데마트에서는 그 영화가 없어서 못보셨단다. 주말을 복잡해서 영화잘 안보지만, 어머니 시간이 주말뿐이 없으셨다. 올간만에 CGV를 향해 탄천을 걸었다. 날이 따듯해서인지 산책하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고 백화점은 예상대로 인파가 많았다. 1시간 30분 전인데도 앞좌석 뿐이 좌석이 없다. 유공자 할인이 되어서 어머니는 5000원 나는 카드 할인되니까 예매하고 쌀국수 먹었다. 이마트표 쌀국수 맛이 괜찮았다.

***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존재한다. 전작인 <사랑을 놓치다>에서 추창민 감독은 이러한 다양한 사랑의 모습과 그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연수(송윤아)는 좋아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삭이고 끌어안는 사랑을 하며, 우재(설경구)는 사랑을 뒤늦게 알게 되고 그 사랑을 붙잡으려 한다. 상식(이기우)은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사랑을 하며, 연수의 어머니(이휘향)는 남들에게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도 사랑은 다양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전형적인 가부장인 김만석(이순재)은 아내의 죽음 뒤에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후회하며 죗값을 치르듯이 우유배달을 한다. 병상의 아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넸던 우유는 만석을 권력을 쥔 가부장에서 남자로 만들며, 송씨(윤소정)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는 칠순을 넘긴 나이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고 한다. 이름도 없이 파지를 모으며 힘겹게 살아가던 송씨는 만석에게 송이뿐으로 호명되며 이름을 얻는다. 이뿐은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과 행복에 벅차하며 그 사랑을 고이 간직하려 한다.

평생을 택시 기사로 열심히 일한 주차 관리인 장군봉(송재호)은 만석과는 반대로 아내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유순하고 가정적인 남편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를 돌보며 아내와의 사랑을 끝까지 간직하고 지키려고 한다. 일상의 이야기를 말하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순이는 사랑을 받기만 했다며 다시 태어나면 군봉이 힘들까봐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다. 치매로 사랑의 기억들을 송두리째 뺏겨버린 순이는 그림을 그리며 환상과 상상 속에서 사랑을 이어간다. 이처럼 영화는 죽음을 앞에 두고 사랑을 시작하는 노년과 사랑을 끝맺으려는 두쌍의 노년을 통해 사랑의 여러 양상을 그려내며 다시 한번 사랑의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한국영화에는 노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들이 적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더 보이지 않는다.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 등급을 받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잠깐 끌었을 뿐 한국영화에서 노년의 사랑은 금기시되어 있거나 젊은이들의 사랑을 보조하거나 소재주의로 전락한다. 현재 개봉 중인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만 보아도 영화 속 노년의 사랑은 여전히 치열하며 영화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를 따라가며 삶의 치열함을 담아낸다.


사랑이라는 말은 젊고 멋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인 것 처럼 여겨지는 현대 서울에서 황혼에 이르러 얼굴은 쭈그러지고 몸은 여기저기 고장난 노인들의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름답게 이별하는 모습까지
보는 내내 오즈야스지로의 영화가 생각났다. <동경이야기> 노부부의 담담한 여행과 어느순간 할아버지 곁에서 사라진 할머니의 부재를 통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야기....존재와 부재 그 사이에서 우리는 손으로 잡히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바람은 지나가야 존재를 깨닺듯이 사랑도 지나가야 깨닺는 다는 것을.. 나는 그대를 사랑했다는 것을... 아니 그대가 지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금 이순간에도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을.....
눈감는 날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간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
가끔은 이야기가 너무나 설명적이라 여백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
영화적이기보다 드라마적이라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번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자식들을 만나며 장군봉이 딸에게 전해주는 그의 유산..그리고 이별이 두렵다고 떠나는 송이뿐을 차로 바래다 주는 김만석. 그들에게는 삐지고 오해할 시간이 없다.


1. ‘강풀’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007년 도서로 발간, 15만부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2008년 연극으로 관객을 만난 (그대사)는 3년간 17개 도시 공연을 돌며 좌석점유율 90%라는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대학로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12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웹진에서 시작하여 도서로 이어온 ‘그대사’ 열풍을 이어갔다.

! ‘만석’의 오토바이, ‘군봉’의 자명종 시계와 자개장 등 크고 작은 소품은 물론, 캐스팅, 장소 선택에도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버럭만석’은 원작과 싱크로율 100%. ‘버럭순재’의 ‘버럭만석’, 자상한 아버지의 대명사 송재호의 ‘훈남군봉’ 등 주연배우 캐스팅과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은 고된 촬영에 지친 스탭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캐스팅만큼이나 촬영장소 역시 매우 중요했다. 제작진은 영화의 주요 배경인 고물상과 붙어있는 주차장을 찾기 위해 전국의 모든 주차장과 고물상을 다 뒤졌다. 그 결과 원작과 꼭 맞는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뿐’의 자택과 고향집 역시 극적으로 발견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이뿐’의 자택은 추창민 감독까지 깜짝 놀랐을 정도. 고향집 역시 강원도의 거의 모든 산을 다 뒤진 결과 가까스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각고의 노력 끝에 <그대사>는 원작을 본 관객들도, 보지 않은 관객들도 모두 만족시킬만한 영화로 완성되었다.

강풀만화원작 강풀 웹툰’ 원작 영화: 안병기 감독의 호러 영화 <아파트>(2006)와 차태현 하지원 주연의 <바보>(2008), 류장하 감독의 <순정만화>(2008)까지 세 편. 강풀 원작의 영화들은 원작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에서 좀처럼 맥을 못 췄다.


2.미쟝센: ‘만석’이 눈 덮인 골목길을 수레를 끌고 위태롭게 내려가는 ‘이뿐’에게 거친 말투로 ‘비키라’고 말하며 대신 끌고 내려가는 장면은 영화 <그대사> 속 가장 로맨틱한 장면으로 이제 막 마음을 열기 시작한 ‘만석’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스토리 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까지 추창민 감독과 제작진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만 했다. 총 3일의 일정으로 나눠 있었던 이 장면을 위해 준비한 눈 분량을 두고 고민에 빠진 것. 많은 눈을 한꺼번에 사용해서 눈이 소복이 쌓인 예쁜 화면을 연출할 것 인지와 편한 촬영일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결국 ‘만석’과 ‘이뿐’의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눈’이 소복이 쌓인 골목길을 포기할 수 없었던 추창민 감독은 결국 ‘하루 동안 찍되 퍼붓자’라는 심정으로 3일에 걸쳐 촬영했어야 하는 장면들을 하루 동안 몰아서 촬영했다. 하얗게 눈이 쌓인 골목길에서의 로맨틱한 장면은 이렇게 배우들과 스탭들의 눈물 겨운 고생 덕분에 탄생하게 되었다. 3일 촬영을 하루에 몰아서 해야 했던 배우 이순재는 이 날 모니터를 통해 영화 속 장면을 보고 고생한 것도 잊고 감독에게 “애썼다.”라는 칭찬의 말을 전하며 이 장면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3. 음악: <그대사>의 강민국 음악감독은 루시드 폴, 옥상달빛 등 따뜻하고 세련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삽입해 영화 <그대사>에 섬세한, 그리고 모던한 감성을 완성시켰다. 특히 인디 음악이나 대중음악,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강민국 음악감독의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음악들은 이 영화의 모던한 감성을 전달하는 데 가장 유효하게 활용된다. 동사무소에서 처음으로 ‘송씨’에게 ‘이뿐’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만석’의 설레는 모습은 음악감독의 즉흥적인 피아노 연주로 완성되었는데 관객에게 행복감과 세련됨을 동시에 전달하는 밝고 사랑스러운 음악으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루시드 폴도 <그대사>의 음악에 참여했다. 루시드 폴은 영화를 직접 보고 가사를 써서 노래를 완성하였다. 그의 음악은 동화 같은 영상, 솔직하고 따뜻한 인물들의 감정과 잘 어우러지며 <그대사>만의 순수하고 꾸밈없는 ‘진짜’ 감동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런 루시드 폴 음악 외에도 옥상달빛, 다양한 스코어들은 영화 곳곳에 적절히 삽입되어 관객들의 귀를 통해 감성을 촉촉히 적셔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