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공룡을 타다 본문
일시: 2010. 5.21-22 1박 2일
과정: 한계령 휴게소- 끝청-중청-소청(1박)- 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신선대-샘터-1275봉-전망대-나한봉)-마등령(1240M) - 비선대-설악동 소공원
소요시간: 1일 2시 40분- 8시( 6시간) 2일 5시- 2시 50 분(9시간 50분)
1일째: 한계령에서 소청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반 부산하게 설악을 향해 전철을 타려고 집을 나선다.
전철로 내려가는 소공원 계단 옆에는 흙길이 있다. 흙길을 밟고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발이 안떨어진다. 재차 발을 내딛으려하다가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알고보니 느슨한 끈이 좁은 길에서 보폭이 좁아지니 서로 얽혀버린 것... 아.....
무거운 배낭을 매고 앞으로 넘어졌으니, 무방비로 넘어진 셈..
일어나니 레인자켓의 팔쪽이 구멍이 나있다. 무릎과 갈비뼈쪽이 무진장 아프다..
된장 ~제기랄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설악산 게다가 험하기로 유명한 공룡능선을 가는데
가기직전에 다쳐버리다닝..
이거 이거 불길한 조짐일까
하는 어두운 맘으로 전철을 향해 절뚝거리며 간다.
뭐 두고 봐야지 어쩔수 없음 소청에서 그냥 천불동으로 내려와도 되지 뭐..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갈 수밖에 없음이야.
전철에서도 내내 오만가지 생각으로 복잡함을 떨칠 수 없다.
설악산행을 앞두고 이틀전부터 복통으로 밥도 제대로 못먹었다.
원래 큰 산 가지전 날 정도는 고기를 먹어 단백질을 보충해야 뒷심이 생기는 법인데...
게다가 어제는 설레여서 잠도 한숨 못잤다.
이래 저래 컨디션 메롱인 상태에서 7시 40분 설악을 향한 버스에 몸을 실고 출발.
문제는 또 있었다. 분명 11시쯤 도착 한계령 휴게소에서 입산할 계획이었으나
석가탄신일과 겹친 고속도로 국도 할 것 없이 꽉 막힌 상태....
한계령 휴게소 가기 직전도 백담사로 향한 차량 행렬로 인해 정체
결국 2시 20분에서야 한계령 휴게소에서 입산할 수 있었다.
물론 한계령 휴게소는 입산 금지 시간이 2시...
어떻게 입산가능했느냐규
소청산장에 예약이 되어있었기 때문...
예약제가 아니 선착순인 개인이 운영하는 소청산장에 어떻게 예약이 가능했냐규?
비밀 ^^
우쨋든 움직일 때마다 뻐근한 갈비뼈에 파스를 붙이고
타박상 입은 무릎에도 파스로 임시방편
움직일 때 아프지만 인대나 뼈는 괘안은거 같다.
어떻게 결정한 것인데
얼마나 기다리던 것인데
물러설 순 없당.
무릎보호대를 하면 괘안을 거얌.
이렇게 스스로 주문을 걸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언제나 산행의 출발에는
이렇듯 많은 짐을 가슴에 얹게 된다.
하지만 한계령 아닌가..
너무나 그리워하던....
울 가족이 속초를 갈 때 마다(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정말 징하게 많이 갔다.눈이 오면 통제되곤 하던 미시령 터널 뚫리는 것을 그렇게 보고 싶어하셨는뎅...보지 못하셨지)
차를 멈춰서 한계령 단풍 사진을 찍거나 피크닉을 하던 장수대...
못먹은 점심을 삼각김밥으로 얼른 해결하고 오늘 1박할 소청을 향해 올라간다.
한계령 초입은 가파른 계단이다.
2시를 지나 3시를 향해 가는 오후는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찐다.
수풀이 없이 너무 더워서 아주 힘든 오름길이다. 물 2통이 금방 바닥을 보인다.
일행중 하나가 고맙게도 물을 주어서 다행이었다.
어느덧
한계령 능선을 따라서
끝청의 시작을 알리는 나무라한다.
고산지대로 갈수록 바람이 시원해진다. 다만 소청까지 가면 빨라야 8시 야등이 될 것이다.
해지기전에 중청에 도착해야 20분 거리인 대청으로 올라갈 수 있다. 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끝청을 지나 중청에 가기전 만난 설악산의 노을 ...을 보니...멈추지 않을 수 없다.
대청봉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노을을 감상했다. 내 뒤로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공룡능선이 보인다.
노을에 잠긴 설악
설악산의 노을을 보기도 쉽지는 않다......
산은 해가 지면 빠르게 어둠속으로 빠져든다.
설악의 능선이 바다처럼 펼쳐지는 장관아래 붉은 해가 가라앉고 있다. 나는 설악산과 혼연일체가 되어 노을 속에 잠겨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어둠에 잠긴 중청대피소, 옆으로 대청봉이 보인다.
바람이 차가워진다. 여름에서 겨울로 이동해가는 날씨에 부응해 거위털 잠바를 입었다. 하지만 5월초의 지리산에 비해 설악산은 따뜻하다. 아이젠을 갖고 왔으나 별무소용이다.
중청에 도착해서 밥먹고 소청으로 이동하려했으나 부득이 눈앞에 대청을 바라만 보고 좌회전하여 소청을 향했다. 다만 안내해주는 사람을 무작정 따라가다 봉정암과 희운각 갈라지는 길에서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희운각을 향해서 200m나 내려가는 알바를 1시간 해버렸다...히궁...이럴줄 알았으면 그시간에 대청봉 다녀오는건데...뭐이래...
어쨋든 중간에 올라오던 사람들 덕분으로 더 내려가지 않고 다시 올라와서 상대적으로 쉬운 소청계단길을 내려가니 사람들이 모여서 나무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개인산장이라는데 꽤 아담하니 느낌이 좋았다. 아래로 속초의 야경불빛이 보인다.
배낭째로 의자에 앉아 라면 끓여먹고 돼지 보쌈도 실컷 먹고 여자들만의 방에 들어가 드러누웠다.
10명이 자는 방이라하는데 담요도 괜찮고 세석때 보다 훨씬 잠자리가 넓게 잤다.
하지만 예약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와서 헛탕치고 발길을 돌린듯.. 복도 바닥에도 잠을 자고 저녁에는 중구난방인 면도 많았다.
소청휴게소는 라면을 끓여주기도하는데 5000원이라한다. 컵라면은 3500원 물500L는 2000원 개인휴게소라 가격이 장난아니다. 다만 쓰레기는 자신들이 버려준다. 그점은 좋았다.
2일째 희운각 대피소에서 공룡능선으로
밖에서의 잠은 늘 그렇다. 소청에서도 잠은 거의 못자고 알람은 4시에 해놨는데 3시에 일어나서 모두들 수다를 떨었다.
나에게는 그저 휴식일 뿐 잠은 거의 못잔다. 암래도 나중에는 수면제 반알이라도 먹어야겠다능..어제의 타박상으로 온몸이 쑤신다.
밥도 맘껏 못먹고 화장실도 해결이 잘 안된다.
집이 아니면 난 어디선 그렇다. 그게 너무 이상한게
설악산에서 그리 힘들어하더니 집가까이 오니 소식이 오더라는...
어제는 밥먹고 자기바빴던 터라 3시에 일어나 화장실 가서 소식은 없지만... 물이 나오길래 양치도 하고 얼굴도 비누로 박박 씻었다. 분명 선크림 갖고 왔는데 안보여서 비비크림 일회용을 덕지덕지 바르고 어둡고 거울이 없어 친구한테 검수받았는데 나중에 사진 보니 가부끼 되어있었당. 우쨋든 햇빛은 덜 탔겠징.
4시에 누릉지 끓여먹고 커피까지 타 마시고는 5시 출발 .
오늘 출발하는 공룡은 곳곳에 물이 나는 지리산과 달리 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시중보다 3배는 비싼 500L 삼다수물을 4병을 사서 한병은 밤에 자다가 다 마셔버렸다 아마도 라면을 먹어서 목이 말랐었나 보다. 물맑은 설악에서 제주도 삼다수를 마시다니...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가야할 공룡능선의 울등불퉁 솟아난 등뼈가 보인다.
어제 알바를 한 희운각 대피소 가는 길은 꽤나 험한 돌계단이다. 1시간 쯤 꽤 내려가서야 계곡 물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희운각 대피소가 보인다. 사람들이 가득 모여서 아침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여기서 1500원짜리 물을 사고..히궁 소청보다 500원이 싸넹...어제 넘 급하게 물을 샀당...대피소는 물소리도 들리는 운치있는 곳에 있으나 45명 정도의 정원만이 잘 수 있는 자그마한 대피소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줄 서있다 만난 사람 얘기로는 봉정암이나 오세암 같은 절에서 자면 아침에 밥도 공짜로 주고 화장실도 아주 좋다나....꽤나 솔깃한 이야기인걸.....난 대피소의 열악한 화장실과 식수장 시설에 약간 진저리가 나있었다.
희운각에서 잠시 쉬고 공룡을 향해 가려던중 설악산 종주산행팀을 만났다. 광교산 이후 올간만에 해후한 참이슬님. 행여나님 그리고 동기인 정대감님 등 6명의 일행... 이런 일도 있다닝...공룡 타는 도중쉬는 틈틈히 만나 높은 바위에서 쩔쩔매는 나에게 행여나님이 손잡아 주시공 파워에이드도 주시공 ^^ 참이슬님에게 사진찍어달라고 협박도 하고 정대감님이 얼려온 시원한 막걸리로 마셨다. 종주 일행은 전날 소청대피소가 꽉차 비박을 했다고 한다. 2박 3일의 설악종주이니 아직도 갈길이 멀다. 공룡을 타고 비선대에서 다시 중청대피소를 향해 올라간다고 하셨던 행여나님 말씀에 난 허겅겅 ~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참이슬님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며 종주산행팀의 안산을 기원하고 중간에 헤어졌다. 사실은 울 일행은 룰루랄라 공룡을 거닐었기 때문에 갈길이 바쁜 종주팀과 이후엔 만나기 힘들었다.
희운각에서 조우한 참이슬님 어찌나 반갑던지.
언제 뵈도 멋진 행여나님 나에게 고개를 넘은 파워에이드를 건네셨다. 마침 참이슬님 땀 뻘뻘 흘리며 올라왔기에 사진 부탁 ^^^
찍사로만 부려 먹어 미안해서 한컷. 지금까지 참이슬님 표정 중에 젤로 믓짐.
공룡은 그 명성대로 장엄하고 수려했다. 가는 도중 틈틈히 넋을 잃고 설악산의 위용과 자태를 감상하였다. 바위길을 줄을 타고 올라가도 내 왼쪽 어깨가 아무렇지도 않다. 이제 어깨가 아물고 내 나름의 준비가 유효해서 타박상을 입고 상태가 메롱인데도 공룡을 탈 수 있었다니 감개 무량했다.
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남북으로 가르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능선으로서, 그 생긴 모습이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하여 공룡릉(恐龍稜)이라 불린다. 공룡릉은 보통 마등령에서부터 희운각대피소 앞 무너미고개까지의 능선구간을 가리킨다. 속초시와 인제군의 경계이기도 하다.
천희대와 1275봉 ,일곱봉우리 칠형제봉이 천불동을 향해 내리꽂혀있고 설악골, 잦은 바위골 등 깊은 계류를 형성하고 있다. 능선의 동편으로 운해를 이루는 장관이 있고 용아장성과하늘과 맞닿은 서북주능으로 둘러쌓인 내설악의 경관은 천상의 화원이다. 하지만 공룡능선은 많은 체력이 필요하고 겨울등반 때는 길을 잃기 쉬운 코스
지금은 사라진 공룡들의 전설을 간직한 공룡능선... 울퉁불퉁 이어진 암봉들이 공룡의 등뼈를 연상시키는 이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은 설악의 암봉들의 주는 위용을 감상하고 갈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특히 겨울에는 붉게 타오르는 단풍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다고 한다. 일행 중 외국인이 연신 '뷰리풀'을 외친다. 설악산에 매료되면 빠져나오기 힘들텐데.^^ 외국애들 산도 많이 안올랐다는데 올라갈 때 보니 힘이 좋다는 걸 새삼 느낀다. 역시 체력이 월등한가벼...
희운각을 지나 공룡의 초입으로 막바로 진입한다. 공룡등뼈의 중심인 1275 봉 뒤로 화채능선이 자태를 드러낸다. 멀리 지나온 대청, 중청이 보인다. 서북능선과 화채능선, 칠성봉 범봉과 천화대가 손에 잡힐듯 위용을 자랑한다. 멀리 동해바다까지 바라보이는 능선위 날카롭고 뾰죡한 1275봉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아찔하다. 기암이 줄지어있는 등산로를 연신 감탄하며 걷다 보니 물이 부족하다는 공룡의 끝에서 식수를 보충해줄 샘터를 만날 수 있었다.
나한봉 가기전 마등령이다.
처음만난 공룡은 따뜻하고 시원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한계령의 수려한 조망.. 그리고 가을 날씨같던 소청의 편안한 잠자리 공룡의 화사한 모습들이 모두 다 설악산 산신령이 날 반가이 맞아주는것만 같았다. 나의 다친 몸과 마음을 모두 치유해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었던 설악산행이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가기직전 '악명높은 돌계단'이 있다고 한다. 그 돌계단 직전의 5개의 공룡 등뼈는 내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5시부터 출발에서 기온이 선선해서 전날처럼 덥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그래서 물 소비량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오고 잠시 일행과 떨어져 설악산길을 걷노라면 아버지를 느낄수 있었다. 전날 끝청에 도달하기전 해지기전 대청을 오르기위해 씩씩거리면서 홀로 걷던 그길에서 나는 아버지를 만났었다. 그건 환상같은 것이 아니고, 속삭임에 가깝다. 아니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불현듯 맘속으로 '아버지 드디어 제가 왔어요. ' 속삭였다. 대답이 들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안다. 불현듯 시원한 산바람이 내주변을 배회했기때문이다.
내게는 매우 특별하고 의미깊은 설악산행... 을 위해서
나는 산악회를 든 초기부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부단히 준비해왔다.
재작년에는 몇달에 한번 띄엄띄엄 산행을 시작했지만 작년 그 덥던 여름부터는 어깨부상으로 팔을 못써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근교산을 갔다.
그리고 겨울 눈 산행 ... 경기도 근처의 산에서의 산행감각유지 산행. 소백산 한라산 큰산 오르기와
지리산 종주같은 긴 산 오르기... 그런 연후에 자신감을 갖고 결행한 설악산 공룡능선..
그리고 1박을 하고 오르는지라 피로도도 덜한 코스.
등산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운동 중에 제일 힘든 운동이다. 육체적으로도 강인해야하지만
무엇보다 정신의 강인함이 필요하다.
다른 운동은 힘든 순간 그만둘 수 있지만 등산은 고비마다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올라온 이상 내려갈 수 없다는 생각 탓도 있지만 공룡같은 곳은 한번 들어가면 포기하고 내려올데가 없다. 끝까지 가야하는 것이다. 나는 종주 산행에서는 산행의 끝이 항상 힘들다. 우선 배고프고 발바닥이 아퍼서다. 하지만 제일 힘든것은 산을 향해 첫발을 디딜 때이다. 그순간에 내맘속을 소용돌이 치고 가는 천근만근의 생각들... 그 무게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올라야할 저 산보다 더 무거운 것들을 등에 매고 산을 올랐지만..
산을 내려올 때 나는 가지고 온 배낭의 무게도 느낄 수 없이 가벼워졌다.
그것은 정말 미러클이다.
산이 내게 준 미러클...
그리고 아버지가 막내딸에게 물려주신 가장 큰 유산인 것이다.
하산
지리산행에서는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설악산에서는 왜 그리 잘난척 하는 사람이 많은지 몰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고가는 등산객들 말이다.
초면에 완전 날 생초보로 취급하고 가르치려든다. 물론 나는 설악산에 있어 생초보이므로 조언은 고맙다.하지만 태도가 문제다.
배낭을 잘못맺다는 둥 왜 종주배낭의 허리끈을 매는줄 아느냐는둥 ...기가막혀서..완존히 내가 모른다는 전제하에서 시작한다.내가 왜 비싼 종주배낭을 샀는뎅.
바위를 오르다 앞의 사람의 스틱에 찔린 나에게 초보가 맘이 급해 앞사람과 거리를 두지 않고 가다 찔렸다는 둥...나를 나무라지를 않나. 운전할 때도 차간 거리를 유지해야하는데 그런 상식이 없겠나.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을.
참.나 그럴 때는 그냥 '저런 찔려서 아프겠다 '이게 보통 첫번째 반응이어야하지 않는가. 사람의 안위는 생각안하고 가르치려고만 들다닝.
뭐가 그리 선수급들이라고 사람을 무시해.내가 그만 속으로 부글부글했다는 거... 얄미워서 혼났다능..
그런 말 한 사람들 결국 공룡의 5개 정도의 등뼈를 오르다가
숨이 차서 캑캑 거리더라는..내가 앞서 가려니 기를 쓰고 올라가더니만..메롱이넹.~
나는 가뿐이 올라가서는 나를 무시한 그사람들 앞에서
"아휴 힘들다더니 뭐가 힘들다는 거야. 넘 쉽자너"
요랬다는~
하지만 나는 사실 오르는 것은 쉽지만.(누군가는 앞사람 마구제치며 쉼없이 올라가는 날 보고 '에너자이저'라고 그랬었다.) 하산이 어렵다. 십수년의 수영으로 폐와 심장이 단련되어 있고 오를 때는 무릎에 무리가 덜가니까 쉽게 올라가지만 나는 발바닥이 다른 사람보다 약하다. 그래서 하이힐도 못신고 컴포터블 슈즈라고 특수 제작된 독일산'거버'나 스페인산 '24HRE '같은 바닥이 편한 신발만 신는다. 하산시에는 충격이 온전히 발바닥에 온다. 특히 설악산 같이 돌계단이 많은 곳에서 하산은 특히 어렵다.
게다가 나는 갈비뼈와 무릎에 타박상까지 입어 끊임없이 돌계단이 이어진 악명높은 마등령에서 비선대 하산길에서 토나오는 중 알았당.단백질 보충이 적어 배도 무진장 고프고.... ㅋㅋ
비선대의 포토존.
2시 30쯤 설악동으로 하산하여 선녀가 튀어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비선대 계곡에서 잠깐 발을 담그고 (산림감시원에 쫒겨났다.먹을 물에 발담그는 것 금지란다.그러게 도중에 이름모를 계곡에서 발담그자니깡 ㅡㅡ;;)
오른쪽 엄지 바닥에 작은 물집이 난 것을 발견했다. 마르지 않아 약간 축축했던 양말도 문제였을 것이다. 물집은 습기를 먹고 사니깡... 우쨋든 버스에서 가져온 슬리퍼로 갈아신고 신발주머니에 등산화를 넣고 들고 왔다. 비선대 계곡 주변 식당의자에 앉아 사람들은 감자전 먹는구만, 우리는 비비빅 하나씩 물고 망중한.... 물치항에서 회 먹지 말고 설악동에서 시원한 맥주나 마시자는 모의를 한다.
산에 왔으니 산에서 놀고 가자는 것...
그래, 바닷가야 자주 오고 놀고 가지만 이렇게 설악산 공룡을 타고 설악동으로 내려온것은 간만이니
산수 좋은 설악동에서 놀고 가야징...하지만 전화한통으로 우리의 계획은 산산조각
다른 일행들이 다 늦어져 횟집가는것은 취소되고 버스가 곧장 서울로 간다는 것.
속초바닷가쪽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은 흐리다... 서울은 비가 온다고 한다.. 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나...종주산행팀은 어찌 될까..
버스에서 잠이 들어 깨보니 참이슬님 메시지가 와있다. 설악산 비가 온다는 소식으로 참이슬님은 하산하고 나머지 일행은 종주계획을 수정하여 산행을 한다는 것.
서울로 돌아가는 길도 꽉 막혔다. 휴~~
5시에 출발했는뎅 도착하니 11시 서울엔 비가 추적추적 오고 있었다.
우산은 없지만 등산하는 사람에게 준비가 없을 소냐...
넘어져서 구멍뚫렸지만 성능좋은 레인자켓과 노랑 비닐 비옷까정 있다니까.
45L지만 50L짜리 레인커버를 씌우고 빗소리 들으며 12시를 넘기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묘하게도 평화로웠다.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나는 설악산을 다녀온거얍.
글구 난 아버지를 만나고 왔어...
저산은 내게 내려오라 내려오라 하네
지친 내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산 저산 노을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 처럼
저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어머니가 그림을 그리실 때 한탄하며 하시는 말이 있다.
"아버지가 내가 그림그리는 걸 그렇게 보고싶어했는데, 그때는 왜 내가 안 그렸는지...내 그림을 보면 네 아버지가 얼마나 좋아하시겠니"
나도 비슷한 한탄이 있다.
내가 어제 다녀온 산..한계령. 산장에서의 1박, 공룡능선길의 천상의 자태 등에 대해 아버지와 얘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나간 것은 암리 한탄하며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어차피 모든 게 그렇다고 이제는 가만히 체념하는 것들...
그래도 내 가슴 한구석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그저 오르기위한 산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얼마나 많은 산을 올랐는가는 무의미하며,
얼마나 빠른시간 안에 종주를 했는지도 의미가 없다.
나는 산을 통해 과시하거나 가르칠 필요가 없다.
나는 산을 오르며 산을 사랑하게 되면서
아버지가 평소 늘 그려셨듯
설교하며 가르치지않으시지만
몸소 실천을 통해 가르침을 주고 계심을 느낀다.
내가 기울인 노력과 시간만큼 내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졌던 설악산행
내 몸이 부서지고 깨져 상처투성이되어도 오르고 싶었고 올라야했던 설악산을
아버지와 함께 오르지는 못했지만
아버지가 남기신 꼬마 손전등과 고어텍스 자켓을 가지고 올랐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 무식하고 서툰 설악산행을
조롱하지 않을 것이다.
설악산행은
내 사랑의 집적이자 내 극복의 결과물이며 내 그리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타
1. 시간이 없어 비브람창 중등산화를 사지 못해 캠프라인에 깔창만 바꿔서 신고 왔다.
바위바닥들이 험하나 종주가 아니니 초반은 견딜 것이다.
그러나 결국 6시간 이상은 캠프라인의 바닥창이 견디지 못한 것은 설악산행에서도 입증되고 말았다.
그담날 바위바닥이 가득한 공룡능선과 마등령을 넘고 비선대로 내려오는 후반 돌계단에서
발바닥에 작은 물집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릿지창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 공룡능선은 릿지길이 무척 많았다..
결국 장거리 산행에서 등산화는 아버지의 선택처럼 잠발란인 것 같다.
특히 비브람에 미끄러짐을 보완한 '라싸'라는 신형 잠발란..
가격이 40만원대이지만 젤 낮은 가격으로 사려고 벼르고 있다가 덜컥 설악산 공룡능선을 향해 떠난것이다. 어쨋든 1박코스라 긴 종주는 아니었지만.
첨에는 비브람이면 될 것 같았으나 바윗길인 설악산을 보니, 미끄러짐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배낭에 대해서는 45L일 그레고리 배낭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커다란 배낭이 번거로우니 뭐니 얘기도 들었지만 우쨋든 어깨는 개운한 상태니까.
긴시간을 산행 할때 배낭과 등산화는 너무나 중요하다.
2. 먹거리의 경우..
버너와 코펠은 없었느나. 라면과 누릉지 가래떡과 그리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를 샀다.
그중 삼각김밥 하나는 한계령으로 오르기전 먹고
소청 대피소에서 저녁은 라면과 가래떡을 섞어서 떡라면
그리고 일행이 가져온 돼지 보쌈과 김치 햇반으로 실컫 먹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는 누릉지를 끓여서 가볍게 먹고 커피한잔,점심에는 삼각김밥 하나...
저녁에는 일행이 가져온 주먹밥과 휴게소에서 먹은 오뎅탕.(젤로 빨리 나온다니까) 아~ 하산하여 여유있게 설악동에서 비빔밥이나먹었으면 좋았을걸...아쉽다.
운동량에 비해 너무 못먹어서 살빠진거 아닐까 무게를 재어봤는데 변화없음...^^;; (이게 뭡니까)
도데체 난 산행을 뭘로 한 걸까. 긴 산행에서 평소 보다 부실하게 먹고 산행하는뎅. 키로수가 빠져 비리비리한 내 어디에서 힘의 원천을 가져다 쓰고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라면과 초콜릿 같은 탄수화물은 빨리 에너지를 내지만 또 빨리 사그라진다는 걸 느낀다. 항상 목적지 도착직전에 아사지경이 되버리니 말이다. ^^ 라면을 무지 좋아라하지만, 종주산행을 하며 라면을 먹다보면 라면에 질려버리게 된다. 역시 난 밥심이다. 밥을 먹어야 오래 버틴다. 종주 시 라면보다는 밥 위주로 식단을 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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