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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야기/한국일기

수목장

bakingbook 2023. 1. 13. 18:38

외할아버지께 다녀왔다. 춘천에 묘지가 재개발로 용인 처인구쪽 수목장에 모신지 십년이 넘었다. 백골이 진토되어 나무밑에 계신 외할아버지는 혹독한 추위와 찢어지게 가난한 함경도 혜산에서 큰 부를 이룬 지주가 되셨다. 이념대립으로 재산을 잃었지만, 항상 베푸셨던 분이라 목숨을 잃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곧 보자고 늦둥이를 임신한 할머니를 두고 남한에 오신후 , 홀로 남매를 키우시며,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셨고 춘천에서 63세로 돌아가셨다.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했고 상봉기회가 와도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어머니.
할머니는 늦둥이 막내 아들과 함께 고생하셔서 허리가 구부러지셨다고 했고 할머니 돌아가시자 막내도 굶어 죽었다하던 함흥 소식을 중국 친척의 편지를 받았던 외삼촌의 비통했던 마음…
왜 이다지도 우리 부모님세대는 한이 많을까. ..
이 광대한 우주도 끝을 향해 가는 도중이고 모든 존재는 다 끝이 있음은 불변의 진리인데, 죽음 너머를 생각하기보다 현세의 이익을 생각하므로 사는 것이겠지.
하지만 묘지에 오면 어쩔 수 없이 ‘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게 될까’ 하는 상념에 잠기며 착잡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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