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Nomadland 본문

Movie

Nomadland

bakingbook 2022. 3. 16. 22:50

 중국 최초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클로이 자오감독의  노마드랜드는 미국에 와서 그럭저럭 터전을 잡은 지 10 여년 된 나에게 흥미로운 소재인 모바일 홈을 선택할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이야기였다. 클로이 자오가 수상한 감독상은 아카데미 역사에서도 단 두 명의 여성 감독만이 수상했을 정도로 명예로운 상이지만 중국은 중계를 거부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을 52년 동안 매년 중계했던 홍콩의 최대 방송사 TVB는 중계하지 않았다. 

2021년 93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수상작 <노마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2020년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기록한 노르웨이 감독의 다큐멘터리 <Do Not Split>과 <노마드랜드>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가 과거 중국에 대해서 했던 비판적인 발언 등이 문제시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2013년 클로이 자오는 '필름메이커'와 인터뷰하는 중국을 가리켜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 있는 곳"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이번 조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아래 그동안 중국 본토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홍콩이 아카데미 시상식조차 제때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들어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상당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홍콩인들은 홍콩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영화 한 편, 감독의 한 마디 비판 때문에 마치 국경을 폐쇄하듯 문화와 소통의 통로를 폐쇄하고 있는 것이 현재 중국의 모습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할 것인가? 예전부터 중국인들의 속성을 비판하면서 농담처럼 들려오는 말이 하나 있었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미 중국은 13억 거대 시장으로 세계 속에 자리를 잡았다. 영화 쪽으로 시선을 좁히면 중국 시장의 특수성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2017년 개봉한 <전랑2>의 경우 제작비 3천만 달러를 투입해서 무려 8억 5천6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였는데, 중국 내에서만 8억 5천4만 달러를 벌었다. 영화 한 편의 매출이 1조 원이 넘는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전체 총수입의 약 99퍼센트를 자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수익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자국에 편중되어 있다. 심지어 기형적이기까지 하다.

중국의 영화시장

미국이나 한국과 달리 중국은 티켓 판매율보다 매출액 기준으로 흥행을 따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으로 치면 '천만 관객' 정도의 흥행은 중국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적어도 매출 1억 위안(약 200억 원) 정도는 되어야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꼽힌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1억 위안'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영화인들의 목표다. <전랑2>이 공개됐던 2017년 중국에서는 모두 970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는데 이중 92편의 영화들이 매출 1억 위안을 넘겼다. 전체 제작된 영화의 10퍼센트가 1억 위안 클럽에 포함되었다는 뜻이다.여기서 <전랑2>의 경우에는 당시 극장가에서 <스파이더맨:홈커밍>이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명작 <덩케르크> 같은 쟁쟁한 헐리우드 영화들과 겨뤄서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당시 중국 영화의 성장세는 전년 대비 8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당연히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 중국 영화계에서는 해외 자본이나 시장 개척에 별다른 요구가 없다. 자국 시장에서만 히트를 시킬 수 있으면 13억 인구가 튼튼히 내수를 받쳐주고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한한령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차별과 봉쇄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내용은 물론이고 한국어 자막이 들어간 드라마나 다큐멘터리까지도 수입 금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TV 시장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판매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영화를 제작한 한국인 감독의 이름을 정체불명의 제3국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요구를 한 수입사도 존재한다. 중국에서 영화를 팔기 위해서는 영화를 만든 한 감독의 고유한 정체성까지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연 이런 모든 현실이 정상적이라고 보는가? 세상은 갈수록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국경이나 인종의 차이는 이제 문화와 자본이 소통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지나친 이기주의와 폐쇄적 문화정책이 전 세계인들의 원성을 듣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국산 제품은 국경을 초월해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중국이 외국의 제품이나 문화, 자본의 유입을 극도로 방어하는 현상을 공평하고 정의롭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엔 노마드가 있었다

 <노마드랜드> 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침체로  집을 잃고 떠돌이 방랑생활을 하는 미국인들의 평범한 일상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끊임없이 일 하지만 집한채 가질 수 없어 차에서 생활하며 방랑하는 현대판 노마드들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인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이 말하고 있듯이, 그들은 '홈리스'가 아니라 '하우스리스'라고 말하는 그들도 보통의 미국인들이다. 조금은 나이가 들고 동반자들이 하나씩 떠나가는 황혼의 그들. 도심 한가운데 경제력을 포기하고 남들이 주는 동냥이나 자선에 의지해서 삶을 연명하는 홈리스들과 잡일이나 아르바이트라도 당당하게 유지하면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결코 같은 무리가 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절망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들의 아픔이나 사연 역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서로 다른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우리는 휴머니즘이라 표현하곤 한다. 단 2명의 배우 외에 실제 유목민 모임인 러버 트럼프 랑데뷰 가 출연하는 등 현실과 픽션이 혼합되어 다큐멘타리를 보는 듯하다. 5개월 동안 배우와 스텝이 벤에 숙식하면서 7개주 이상을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 <노마드랜드>의 원작은 리베카 솔닛의 미국에서 고정된 주거지 없이 자동차에서 살며 저임금 떠돌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 노년 여성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묘사한 논픽션. 이 새로운 ‘노마드’ 노동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하고 길 위의 삶을 택한 퇴직한 노년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책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이 주는 감동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절감하게 하는 한편으로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 또 집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이 책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것은 주연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로  피터스피어스와 함께 클로이 자오 감독을 발탁하여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2020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휩쓸며,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수상 기록을 여전히 갱신하고 있다.

 클로이 자오 감독

배우 윤여정이 조연여우상을  탔던  93화 아카데미 시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이 영화의  미덕은  창의적이고 탁월한 스타일뿐 아니라 리얼리타에 있다. 최근 세계 영화들의 흐름은 허구적인 가공의 세계보다 인간이 숨 쉬고 살아가는 리얼한 현실 세계 그 자체에서 미학의 본질을 찾아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이런 시도들은 클로이 자오 본인 스스로도 이미 <로데오 라이더>(The Rider, 2017년)에서 성공적으로 시도했던 실험들이기도 하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들었던 <원더풀 라이프>(1998년)나 2018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었던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등을 통해서도 이미 관객에게 익숙한 장르적 시도들이다.클로이 자오 역시 <노마드랜드>를 통해서 실제 자동차로 유랑하는 사람들을 배역에 등장시키면서 영화적 진실성에 한층 다가섰다. 그 어떤 직업 배우들의 연기가 넘볼 수 없는 순수함을 스크린 가득 스며들게 했다. 오스카 여주연상을 3회나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는 그저 자연스러운 인간미와 인간을 초월한 대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들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영화를 본 전 세계 수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자라면서 아버지와 저는 게임을 하나 하곤 했습니다. 중국의 전통 시나 글귀를 외우고, 문장을 끝낼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 제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人 之 初, 性 本 善'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사람은 선천적으로 선하다'라는 뜻입니다. 이 여섯 글자는 제 인생에서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 말을 진실로 믿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은 이 반대가 진실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항상 제가 만나는 사람의 좋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돌아다닌 세상의 모든 곳에서요. 그래서 이 상은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그런 좋은 점들을 어떻게든 붙들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비록 그 일이 어려운 것이라도요. 그래서 이 상은 저를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당신들을 위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93회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 클로이 자오 수상 소감 중에서)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Home Theater와 나혼자만 레벨업  (0) 2024.01.20
중국 프로파간다 영화 ,장진호  (0) 2022.07.07
inter stella 2014,인터스텔라  (0) 2014.12.26
Elsa - The Lioness That Changed The World  (0) 2014.06.12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0) 201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