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관악산 연주암 본문

등산/한국등산

관악산 연주암

bakingbook 2009. 10. 23. 11:45



설악산 단풍만 단풍이더냐, 서울 근교에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불끈 후끈한 바위와 능선이 있는데 말이다.

용인 시골 구석에 사는 고로 아침에 산행나올 때 마다, 발 동동 구르며 버스 기다려? 전철 기달려?

선택의 기로에 서곤 하지만

산행시에는 우째 선택이 없다.^^ 난 분명 밧줄과 릿지가 있으면 도망가겠다고 했건만, 오늘도 중간 탈출 못하게 리딩하시는 산맥님 후미까지 다 챙기신다. 누가 봐도 탁월한 후미대장감이신 산맥님, 소요는 폭탄중에 원자 폭탄인데 휴~ 초대해주신다니 감사하기만 하다.

연주암으로 올라가는 여정은 역시 왼쪽 어깨를 잘 쓰지 못하는 내게는 난관의 연속이었다.ㅡㅜ

누군가를 밟고 올라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인데, 사회생활에서 조차.... 비록 의미는 다르지만 생각하면 미안하고 고맙기만 한 파랑님, 자신을 잃고 쩔쩔매는 소요를 무사히 연주대까지

올라가게 도와주고, 찍사까지 해주셨다. 강한척 하였으나 마이 아플거다.^^

조붓하게 연주암 가는 길은 단풍 인파로 가득차있다. 밧줄을 타고 가는 험악한 (?) 바위길에서 정체된 탓이다.

좁은 곳에 사람들이 부대껴서 그런가. 고성이 오가는 신경전들도 있었다. 산행에서 그리 많이 보지 못한 까칠함에 잠시 맘이 서늘해진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관대해서 마주치면 인사하곤 했는데...여기는 길 좀 비키라고 인상쓴다.

설악산 흘림골 단풍 행락사이에서 1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있어도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잠시 내가 왜 산을 오르는 것일까...생각에 잠긴다. 소요하기위해서... 결코 소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니공^^ 사람들은 내 닉네임의 연원을 자주 묻곤한다. 이미지랑 넘 안어울린다고..변명을 하자면... 사실 소요라는 이름은 그리스 철학인 소요학파( )에서 따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걸으면서 철학을 했다고한다. 나는 철학은 잘 모르지만 걷기를 통해서 배움과 사유가 가능하다는 그의 철학이 맘에 들었다.

나에게 산은 내 안에 쌓인 많은 것을 비우게 하는 존재다. 산은 변화하지만 변하지 않는다. 변해야할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말아야할 것만 변하는 세상에서 말이다.

지금의 나는 산을 오른다기보다 어슬렁 거리고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에 부대낄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나무들의 호흡과, 대화를 나누며 가는 산 속의 소로들이 좋다.

산에서 내 마음을 비우면 산은 멋지고 신선한 것들로 나를 채워준다.

이렇게 유익하기 짝이 없는 등산을 왜 안하겠는가. 두다리가 멀쩡한 이상 ^^

허나 관악산 정상을 밟고 나자 내가 산맥님 한테 외친 외마디는

"산맥님 미워요" 였다.^^

수려한 단풍과 곡절이 구비구비 많은 관악산을 뒤로하고 우리는 신나게 뒤풀이로 향했다.

관악산 먹자 골목의 훌랄라^^

마죠마죠. 오늘도 우리는 즐산 안산하였으니 즐겁지 아니한가~울랄라~


'등산 > 한국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광교산  (0) 2009.11.24
북한산 무명슬랩 릿지하다  (0) 2009.10.24
2009.8.18 광교산 사진  (0) 2009.08.18
고려산  (0) 2008.06.20
광교산 첫산행 2008  (0) 2008.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