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인셉션(Inception)- 깨어나고싶지 않은 꿈 본문
장르: SF, 스릴러, 드라마, 미스터리 | 미국, 영국 | 142 분 | 개봉 2010.07.21
감독, 각본: 크리스토퍼 놀란
배역: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코브), 와타나베 켄(사이토), 조셉 고든-레빗(아서), 마리온 꼬띨라르(맬)캘리안 머피(피셔)
<인셉션(Inception)> 은 2010년 영국, 미국 합작의 SF 액션 스릴러 영화로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각본 연출한 작품으로 <셔터아일랜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해서 특유의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둘다 최근 불록버스터작품으로만 알려져있지만 전작이 진지한 작품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이영화는 흥미롭다.
<셔터 아일랜드>처럼 환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다룬 초현실 영화라 불안한 심리를 포현하는 레오나르도의 연기에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익히 알려진 블록버스터 영화인 <다크나이트>와 <배트맨비긴즈>, 의 크리스토퍼 놀런만을 생각하면 예단해버리는실수를 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초기작품은 난해한 문제작인 <메멘토> 였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가이피어스가 자신의 몸에 기억의 단편을 문신해 넣는 장면들은 얼마나 독특했던가. 그이후 기억과 무의식이라는 그의 관심은 불면증을 다룬 <인섬니아>,마술의 세계를 다룬 <프레스티지>와 같은 필모그래프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탐구와 블록버스터로 연마된 꿈을 창조해서 가공해 놓는 능력이 결합된 것이 바로 <인셉션>이다.
<인셉션>은 다층구조를 가진 스토리와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테크니컬한 스타일로 인간이 가진 꿈의 다층구조를 탐구한다. 따라서 영화는 관객에게는 떄로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자극적으로 때로는 머리를 때리는 난해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영화는 관객에게 생각할 여분의 시간을 주지 않음으로 해서 관객을 주인공이 빠진 꿈의 세계로 몰입하게 만든다. 결국 헐리우드 영화는 몰입을 위해 고안된 영화기 때문이다. 이런 헐리우드 스타일이 무위사상인 노장사상과 결합된다면 어떻게 될까.
' 드림머신' 이라는 기계로 타인의 꿈과 접속해 생각을 빼낼 수 있는 미래사회.‘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생각을 지키는 특수보안요원이면서 또한 최고의 실력으로 생각을 훔치는 도둑이다.
우연한 사고로 국제적인 수배자가 된 그는 기업간의 전쟁 덕에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임무는 머릿속의 정보를 훔쳐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시켜야 하는 것! 그는 ‘인셉션’이라 불리는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강의 팀을 조직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코브)와 꿈설계자가 인셉션을 위해 만든 다른이의 꿈의 세계는 3단계였다. 그러나 인간의 무의식이 가진 자기 방어라는 병정들은 침입된 생각들을 죽이려고 출동한다.
이 방어의 빗장을 풀고 인셉션에 성공해야 코브는 그가 꿈꾸는 행복인 미국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볼 수 있다. 그는 아내 멜을 살해했다는 죄로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남의 꿈을 훔치고 있다. 그런 그에게 파리에서 아버지는 '꿈에서 깨어나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의 무의식 속에 등장하는 멜은 죄의식처럼 나타나 그를 자꾸 방해하며 그의 목숨까지 노린다. 꿈속에서 죽음은 현실로 돌아오는 것...하지만 강한 약에 의해 오래동안 자다보면 꿈속에서 죽는다는 것은 '림보' 상태로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해 그만 현실에 깨어나면 정신병자가 되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끝없는 현실과 꿈의 착각.마치 베트남 신부를 결혼 8일만에 죽인 정신병자가 '누군가 자꾸 저 여자를 죽이라고 속삭였다.'라는 상황이 되는것 과 같다. 꿈꾸는 자와 정신병자는 이렇게 한 끝차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꿈을 조각하는 이들에게 다가오는 첫번째 위기는 꿈꾸는자가 쳐놓은 무의식의 견고한 빗장인 자기방어의식... 둘째는 그로인해 죽음을 당하며 빠지는 림보.
3단계로 이어지는 계획은 이렇게 어그러진 계획 때문에 4단계로 이어진다. 사단계에서 코브는 자신의 무의식의 바닥에 이르러 자신의 최책감의 원형을 보게 된다. 무의식이 저변에서 그를 괴롭히는 '그것'을 이겨낸다면 '인셉션'은 성공하고 함께한 팀 모두 정상으로 현실에 돌아올 수 있지만.....실패한다면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
코브와 멜이 구축한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그들은 너무도 행복했다. 그가 그세계가 '가짜'라는 사실을 깨닺기 전 까지는...그러나 멜은 그 세계가 너무 행복해서 현실을 인식하기를 거부한다.
놀란이 연출해 놓은 꿈과 현실 경계를 잇는 세계는 놀랍도록 아름답다. 때로는 악몽처럼 때로는 그립고도 그리운 아련한 추억처럼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기억과 사람이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적대적이 되기도 한다.
이영화에서 배역들은 주연 조연할 것 없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일본 배우인 와타나베 켄(사이토)의 팍 늙어버린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며 , 코브의 충실한 조력자인 조셉 고든-레빗(아서)은 어떤 의문을 가지더라도 코브를 배신하지않는 충실한 친구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코브가 가장 사랑하는 그러나 코브의 무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아내 멜이 코브팀을 배신할 뿐이다. 코브는 멜과 만든 꿈의 바닥에서 멜에게 말한다.
'지금의 당신은 내가 사랑하던 그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아'
현실에서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멜은 코브의 무의식 세계속에서는 일그러지고 잔인한 악마같은 존재가 된다. 또한 꿈속의 세계속에 조각된 모든 물건이 창작이 아닌 기억에 의존하는 순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 되고 만다.
윈프라 오프리 의 상담코치인 닥터필이 하는 쇼가 있다. 이른바'닥터필쇼'
신랄하게 그사람이 당면한 문제를 지적하며 자신의 문제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사람들의 맘의 병을 치료하는 일을 하게 된 계기가 그가 쓴 책 <리얼라이프>의 서평에 담겨있었다. 그가 상담심리학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가 사랑하고 존경하던 지인 찰스와 관련된다.
찰스는 여느때처럼 퇴근하여 돌아와서 갓구은 쿠키의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내가 구워놓은 쿠기 옆에는 메모가 남겨져있었다.
'화장실에는 들어가지 말고 그냥 911에 신고해요. 그리고 앉아서 기다려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평화롭던 가정에서 행복한 줄로만 알았던 아내는 이렇게 돌연 권총자살을 하였고 그이후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분노에 허우적이며 찰스는 무너져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놀란은 영화 <인셉션>을 통해 마치 프로이트처럼 혹은 융처럼 인간의 꿈을 분석하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 균열들을 볼 수 있고 때로는 그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유태인 의학자 프로이트가 <꿈의 분석>을 통해 마음이 병든 인간을 치유하려 했듯이 말이다.
또한 우리가 사는 이곳이 꿈이 아닐까...하는이야기의 모티프는 장자의 '나비의 꿈'을 연상케한다는 점에서 융의 무의식의 원형과 흡사하다.
내가 무척 힘들었던 적이 있었더랬다. 세상이 왠지 '적'이라고 느껴지고 나는 이기고 싶지도 싸울 의지도 없었는데 남이 만들어 놓은'경쟁의 늪'에 빠져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억울'해 하던 그시점
내가 열심히 읽던 책들은 이른바 명상책들이고 혈안이 되어 했던 운동은 요가나 단학이었다.
뭐든 두번을 안읽는 내가 유일하게 다섯번 이상을 읽은 책이 '요가'라고 요가 수련법이 담긴 책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다. 특히 농구... 공개된 운동경기에서 게임의 룰이 있는 스포츠가 맘에 들었다. 세상은 룰도 없이 파울만 일삼는 곳이었다. 스포츠에서는 심판이 잘못해도
어떻게 됐는지를 알 수 있다. 부당하게 져도 관객은 부당함을 안다는게 좋았다.
<인셉션>은 바로 그때 내가 읽던 장자의 철학우화를 생각나게 한다.
"언제가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 다니는 나비가 된 채 유쾌하게 즐기면서도 자기가 장주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문득 깨어나 보니 틀림없는 장주가 아닌가.
도데체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꾼 것인가."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이 우화는 어쨋든 '변모'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꿈 속의 이 변모가 '즐겁다'고 말하고 있다.
<인셉션>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인물들이 꾸는 꿈은 악몽도 있지만 결국 영화는 해피앤딩의 즐거운 꿈이다. 다른이의 생각을 훔칠 수도 있지만 생각을 더나아가 꿈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인셉션>은 원뜻은 해몽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 꿈을 어떻게 해몽할 것인가.
나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꿈을 꾸고 나면 인터넷에서 '해몽'이라는 검색어를 치곤한다. 어떤 것은 '길몽'이고 어떤 것은 '흉몽'이다. 그것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기대감을 갖거나 찝찝함을 갖게 된다. 그렇게 꿈은 내 무의식의 원형이며 내 미래를 움직이는 나의 뇌가 자각하는 방향을 더듬게 한다. 내가 내 자신을 진짜 잘 안다면 지금까지의 과오는 없을 것이다.
모든 과오와 후회와 자책은 사실 거의 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나로인한 것이었다.
가슴을 치는 후회가 없는 인간이 있을까.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앞으로도 행복하길 바라마지 않지만....
영화가 앤딩에서 보여준 '토템' 이라는 물체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여러의견이 있는 모양이다. 한번 돌리면 다른이의 꿈 속에서 영원히 돈다는 '토템' 은 토테니즘이란 원시신앙을 연상케한다.
사실 놀란은 영화라는 꿈에서 관객에게 어떤 인셉션을 심어 놓은 것 뿐이다......
헐리우드는 '꿈의 공장'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 않은가.
코브는 영화 속에서 무척 바쁘게 많이 일들을 하지만 기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한가롭게 꿈꾸고 있을 뿐이지 않을까... 그리고 감독은 그를 깨우지 않는다. 코브에게 그 꿈은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꿈일일테니까...
*덧
1. 같은 팀끼리 서로 배신해대는 이야기가 아니라 좋았다. 그런 이야기가 반전위주의 영화에 많은데 영화는 훨씬 더 진지하다. 가장 큰 배신자는 항상 자신이기때문이다.
2. 놀란이 배우를 보는 눈에 놀라곤한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을 쓰곤하기때문이다. 주연배우뿐 아니라 조연조차 그렇다. 그때 썼던 배우를 여기서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배트맨 비긴즈>의 배우들이 그렇다. 크리스찬베일과는 <다크나이트>,<배트맨비긴즈>를 계속하였고 킬리언머피는 또한 악당역할로 모습을 보이다 여기서는 꿈을 인셉트당하는 재벌2세로 나온다. <28일후>에서 보여준 푸른 눈의 매력이 <나이트플라이트> 등의 악역으로만 쓰여지는것 같아 아쉽던 참인데 반가웠다. 그리고 <500일의 섬머>의 조셉 고든 래빗의 무표정하면서도 침착한 연기는 인상적이다. 영화마다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 알아보기도 힘들게 한다는 면에서 지난 시절의 다니엘데이루이스를 연상케도 한다. 멋진 배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놀란은 자신의 사단배우를 써서 제작비를 절감했다고한다. ^^
3. 그리고 연출...상상을 뛰어 넘는 각본 헐리우드는 이런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어 망할 수가 없는 것이다.
4. 일본인 와타나베와의 장면에서 그들이 탄 차는 현대 제네시스 , 홍보를 위한 것이겠지.
5. 헐리우드가 홍콩의 <무간도>를 영화화했듯이 요즘 동양사상에 심취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새로운 소재를 찾아나선 것뿐일까.
6.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울리는 에디뜨삐아쁘의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이것은 관객에 대한 킥인가.... 그래...인생은 장미빛이지. 내가 그렇게 맘먹는다면 말이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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