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눈꽃가득한 산행 본문
대설이 목전인데
어제까지 죽은듯 누워있던 땅위에
메마른 나무 가지사이로 눈꽃이 피어났다.
일체의 모든 것이 소생한 산 중에
눈꽃 향기가 그득하다.
즈려밟고 올라가는 발걸음 마다,
눈들의 속삭임으로 그득하다.
행복이 별건가 . 아침에 커피향기~
얼굴을 때리는 차갑고도 보드라운 눈송이.
사각사각 거리는 발걸음.
모락모락 김나는 오뎅국물.
얼음동동 막걸리.
막춤추며 부르는 신나는 유행가
'오늘 참 추웠죠 '건네는 안부인사.
춥고 젖은 몸 덥혀주는 따뜻한 홈.
누군가 하늘을 깨물은듯 함박눈이 하얗게 내린 날,
특별한 초대손님에게 광교산이 주는 선물이었지말이다.
내일 또 고단한 하루를 버틸 베터리 만땅 충전 되었지말이다.
전날 밤새, 비가 주륵주륵 내리더니, 아침에는 맑게 개었다. 제법 햇살도 비추는 군. 오늘 경기대는 특별전형인지. 끊임없이 차들이 줄을 이어 경기대를 빙빙 돌며 주차할 곳을 찾느라 만차다.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와 반딧불이 주차장으로가니 텅텅 비었다. 비오고 날이 추워져 등산객이 꽤 준 모양이었다. 일행과 거리가 멀어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입산한 일행을 가볍게 따라 잡으려면 가져온 먹거리들,모스카토 와인 한병, 머핀 구은 것,양념 치킨 등을 몽땅 놔두고 가고 싶기도하다. 하지만....오늘은 반가운 게스트들이 많다. 지난번 삼성산에서 인연이 된 반가운 분들 ^^ 이 춥고 궂은 날씨에도 왕림하셨다. ^^ 글구 난 오늘이 송년회인중 알았다.ㅡㅡ 손님을 그냥 보낼수 없자너. 대신, 오늘은 괘안을 거얌하면서 새로 산 체인젠을 차에 놔두었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말을 건넨다. " 뭘 그리 맛있는거 많이 싸가요. ㅋ " 그 등산객 다 주고 싶었다. 그때는 ㅋ. 나는 전생에 남자거나 무수리였을거다. 우아한 여인네는 이런 미련한 짓 절대 네버 안한다니깐~
처음엔 먹거리를 이고 지고, 속으로 '배신자여 배신자여 ~하고 노래부르면서 갔지만 첫 눈송이를 얼굴에 맞은 이후는 갑자기 머리속에 하얘지면서 강아지처럼 좋아라 폴짝 뛴다. 단순하기짝이 없는 여자라니깐 ㅡㅡ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거다. 와우~ 뷰리풀..설화속 산중에 그것도 홀로 있다니, 이런 땡잡았넹~ 믓지다.저절로 허밍이 나온다. 산행 중 여기저기 꽃 피운 눈꽃에 넋을 잃은채 올라가느라고 힘든줄도 모르고 가다보니, 어느새 형제봉^^ 중간에 조우한 느을님은 왠 보라색 옷을 입은 여인네가 정신줄 놓고 좋아라하며 가기에(꼭 이대로 말씀하신건 아니지만^^) 소요인줄 직감했다하시넹~ ㅋ 느을님 내 짐 다 들어주시공, 제법 굵어진 눈발 속에서 사진도 찍어주셨다. 형제봉 내려가는 계단, 사각거리는 눈을 밟으며,' 소요바위'도 들렸는데 벼랑끝 바위라 칼바람이 살을 에는 듯해 오래 있을 수 없었다.
긍데 점심먹는 장소에 다른 사람들 보다 일찍 도착했넹? 우찌 된일인지 모두덜 물어보지만 난 모를뿐이고....눈보라를 피할 수 있는 노루목 대피소에서 밥을 먹고 싶었지만,너무 멀어 이곳에서 식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오랜시간 앉아있으려니 모두들 동태가 될 지경...나도 넣어온 방수 자켓을 안입고 그냥 버텨서 속에 입은 패딩까지 축축해졌다. 눈도 비나 다름없다는 거.. 수분이라는거 절감하는 순간이다. 세상은 눈꽃으로 가득한데 날은 점점 추워오고, 길이 빙판이 되어간다. 결국 진아님과 한솔님 추위때문에 정상까지 안가시고 두솔님과 회귀. 양지바른 하산길을 택해 내려올 때 까정 내 머리속은 온통 체인젠 체인젠 체인젠~~~뿐이었지만,춥고 젖었지만, 기분은 무지 해피했다.
행복이 별건가 . 아침에 커피향기~ 눈내리는 날 사각사각 눈들의 소근거림, 추운 날의는 모락모락 김나는 오뎅국물, 하산하여 먹는 얼음동동 막걸리, 막춤추며 부르는 유행가 ㅋ~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오늘 참 추웠죠 '건네는 안부인사. 춥고 지친 몸을 덥혀주는 따뜻한 홈.
누군가 하늘을 깨물은듯 함박눈이 하얗게 내린 특별한 날, 특별한 초대손님들에게 광교산이 주는 선물이었지말이다. 앞으로 또 일주일을 버틸 베터리 만땅 충전 되었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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