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을 가는 대신 선택한 죽도는 을릉도에서 15분 정도 거리라는 점이 맘에 들었다. 작년에 을릉도를 다녀와서 배 타고 다닌 기억만 났었기 때문에 등산과 트랙킹이 하고 싶었다. 덕분에 내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말았지만 말이다. 을릉도에 있는 동안 바다가 '장판'( 파도가 없는 것)이어서 배를 타고 가는게 수월했다. 배를 따라 날아오는 을릉도 갈매기를 볼 수 있다. 새우깡 맛을 너희도 아는구나. 배에서 바라본 죽도의 모습은 고래 한마리가 업드려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도동항과 죽도 사이의 여객선은 바다가 거칠고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성수기가 아니면 들어가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마침 3시 배를 타고 15-20분쯤 지나니 죽도에 도착했다. 해안은 수직절벽으로 경사가 심해서 평지인 섬위까지는 365개의 계단이 720도로 회전하는 나선형 계단을 지나야한다.죽도에서는 아름다운 을릉도의 비경이 고스란히 보인다. 달에서 지구를 보는 느낌이랄까.
일본인들은 독도를 '다케시마' 즉 죽도로 부른다. 그러나 독도는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없어 대나무가 없다. 죽도 초입에 나선형 계단이 끝날 즈음 사람 키보다 더 큰 섬조릿대(대나무)가 길 양쪽에 빼곡히 들어차 숲 터널을 이루고 바닷바람에 사각댄다. 진짜 죽도에 들어선 것이다. 죽도는 을릉도의 44개부속 섬 가운데 가장 큰 섬(6만 2880평)이자 유일한 유인도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유럽식 별장이 보이는 데 죽도의 유일한 주민인 김씨 부자가 산다고 한다. 북서쪽 해안절벽주변에는 섬바디와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름철에는 섬바디꽃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봄에는 노란 유채꽃밭으로 가득하다.
섬 중앙에는 풍력과 태양열 발전소가 있고 밭중간에 헬기장이 있었다. 죽도의 남쪽 해안 절벽 을릉도에서 가장 늠름한 후박나무 사이에 바다가 보인다. 북서쪽 전망대에서는 섬목에서 저동 사이의 해안절벽과 관음도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 남쪽의 후박나무숲은 을릉도보다 더 굵고 꽉 들어차 있다. 후박나무는 상록 활엽수로 사시사철 잎이 무성해서 이 곳의 숲은 한낮에도 어둑하다. 진한 초록색의 후박나무 사이로 보이는 짙은 불루의 바다를 보니 이곳이 선경이다. 섬 위쪽은 넓은 평지를 이루고 있는데, 섬 전체를 한바퀴 도는 산책로가 둘러싸고 있다. 약 4km인 산책로에는 나무의자와 탁자가 있는 쉼터, 을릉도의 동북부 해안과 성인봉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두군데 조성되어있다.누군가에게는 심심한 것이 나에게는 특별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 있다. 체코의 프라하가 그랬고, 마라도와 죽도가 그랬다. 1시간 여 정도로 섬의 외곽을 트랙킹하면서 남단의 섬인 마라도와 죽도를 비교해보았다. 마라도는 나무가 없어 태양광선아래 그대로 노출되지만, 죽도는 대나무와 갈대 그리고 무성한 상록 활엽수들로 그늘이 져 산림욕 하듯 시원하다. 천천히 죽도의 산책로를 걸으며 ,앞서 가는 한쌍의 커플을 보니 외로움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ㅡㅡ)죽도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비경이 있고 완만하고 시원한 산책로가 있어 데이트 코스로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다.
덕분에 죽도 입장료도 무료로 가고 행남등대 산책로에서도 우연히 만난 아저씨, 죽도를 여러번 오는지 아이들한테 죽도에 대해 여러가지를 설명해 주고 있어 옆에서 많이 공부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는 전망대 망원경으로 죽도안의 집까지 보인다. 저동으로 가는 중 택시기사님은 죽도는 을릉도 사람들도 가본 사람이 없다면서 여러가지 좋은 정보를 주셨고 덤으로 택시비까지 깍아주신다.저동 산책로를 따라 행남등대까지 왕복을 하노라니, 촛대바위 사이로 을릉도의 하루가 저문다. 일출은 못봤지만 을릉도의 노을도 아름답다. 저녁 시간이 되고 메시지가 계속 오고 있지만 촛대암 작은 벤치에 앉아 을릉도의 노을에 넋이 빠진다. 해질 무렵의 인간도 저토록 아름다운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까...
곳곳에서 마주치는 관광객들로 보아 을릉도는 가득차 있었다. 을릉도를 많은 사람이 온다는 것은 독도를 그만큼의 숫자가 간다는 뜻일게다.독도를 찾는 다는 것 독도를 잊지 않겠다는 거..그것은 어떤 의미일까...을릉도 여행팀에 동행했던 벽안의 외국인이 하는 질문에 나는 다시 한번 독도의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독도는 우리땅 !이라고 주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아이러니 하다. 원래 우리땅 아니었나? 강대국 사이에 끼어 우리 땅과 민족을 지키기위해 수없이 많은 민초들이 희생을 치룬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독도는 시작일 뿐이다. 아니 그 과정에 있을 뿐이다.독도 박물관에 문헌에서 보듯 일본은 계속 우리의 해역을 넘봐왔다.조선이 개항을 늦게 한 이유로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 유린당하고 일본에 의해 식민지화 된 동안 일본은 우리의 것을 그들의 것인양연해주와 간도를 러시아와 중국과 협상의 미끼로 사용하였다.
우리네 안밖의 사정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주변 강대국들이 우리네 땅과 역사를 왜곡시키거나, 단절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중국은 어떤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선점하기위한 동북공정이라는 음험한 계략하에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기네 역사로 복속시키기위해 그 유적을 폐쇄시키고 있지 않은가.중국은 서북 공정을 통해 티벳을 짖밟아 버린 예가 있다. 독자적인 문화와 종교, 정치체재를 가지고 있던 나라 티벳인들이 이제는 중국인들에게 멸시당하거나 살륙당하고 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후손에게 선조들이 지킨 땅과 정신을 물려주기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왕족들과 양반들이 강화도로 남한산성으로 숨어 들어갔을 때도 몽고와 청나라에 끝까지 항전했던 것은 소처럼 일하며 수탈당하던우리네 백성 상민 천민 민초들이었다. 지금도 그때와 다를바 없다.
독도는 제주도 을릉도 보다 제일 먼저 생성된 화산섬이라하고 한다. 독도에 도착하면 화산섬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제주도나 을릉도에 비해 매우 독특한 지층과 암석 단층선을 볼수 있다.동해 최 동단 망망대해에 있는 독도는 거친 바다와 해풍에 의한 침식과 풍화로 인해 단층과 절리로 인한 독도의 모습은 그러나 급속히 붕괴되고 머지 않아 바다 밑으로 가라앚을 것이라고 한다.
독도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기 전까지 잊혀져 있는 섬이었다. 물도 풀한포기도 나지 않는 척박한 저 화산섬를 지키는 독도수비대들이 청춘과 목숨을 바쳐 희생하는 이유,독도에 대한 관심이 우리네 마음 속에 밀려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는 독도는 우리 자신에 대한 다짐이자 세계만방에 대한 우리의 의지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