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지리산종주 2010.4.30-5.2(1무1박 3일 ) 본문
일시: 2010.4.30-5.2(1무1박 3일 )
산행과정 :3시 성삼재-2k-노고단(아침) -3.5K-임걸령-2.8K-(반야봉) 삼도봉-0.7K-화개재-1.5K-뱀사골 산장-연하천산장(점심식사 및 식수 보충)-2.9K- 형제봉-벽소령 -2.5K-덕평봉-3.9K-토끼봉-3.3K영신봉세석산장(1박예정)7시30분
(다음날)세석산장 -0.5K-촛대봉-2.5K-연하봉-0.5-장터목산장-0.6K-제석봉-1.0K-천왕봉-1.9K-법계사-2.0K-칼바위합수점-3.3K-중산리탐방-1.0k-버스 주차장
출발전
일출이 5시14분.성삼재에서 3시부터 산행이 가능하니...3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연하천에 10시까지 도착 간단하게 아침식사후 11시정각 출발 벽소령에서 잠시 행동식 먹고 바로 세석에 17시에 도착 을 목표로 산행 예정. 저녁 만찬은 세석에서 삼겹살과 차돌백이와 깻잎쌈으로.
계획은 그러했으나..결과적으로 세석 도착은 선두가 16시 40 분 후미가19시 30분. 하산과정도 선두 후미가 2시간 이상은 차이가 났다. 이유는 후미에 무릎에 무리가 생긴 동행이 있었기 때문인데 지리산 같은 장거리 종주엔 많은 변수가 있기마련이다.
종주 1일째: 성삼재에서 세석산장을 향해
리무진 버스에서 선잠을 자고 3시에 성삼재에서 야등 시작.
언제나 시작할 때는 부족한게 많아보이고 준비할 게 많아 보이는 등산 .
이것 저것 버겁기만 한 크기의 배낭과 걸치적거리는 헤드랜턴과 마운틴스틱.
산을 오르기 전에 항상 느끼는 부담감까지 짐으로 실고 오늘 1박을 할 세석산장을 향해 출발한다...
공기는 차갑고 길은 얼어있다. 헤드랜턴의 형광불빛조차 얼어 있는듯한 날씨.
며칠전 때 아닌 한파로 지리산에는 눈이 내렸다.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걱정은 잠시. 따뜻한 날씨가 되리라는 일기예보로 맘을 놓았다.
1967년 12월 29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경남·전남·전북 3도 및 남원·구례·하동·함양·산청에 걸쳐 있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주능선 산행은 서쪽 노고단(1507m)에서부터 최고봉인 천왕봉(1915m)에 이르기까지 장장 25km에 걸쳐진 고산 능선을 따라 걷는 것이다.
주변의 많은 걱정을 뒤로 하였으나, 정작 엄마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며 가볍게 '잘 갔다 오라'고 하신다. 엄마의 대범함일까..아님 지리산종주의 의미를 모르시는 것일까....
사실 나도 내 다리가 걸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런 확신도 없이 시작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전에 들었던 '지리산의 악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다운 산과 돌과 바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많은 것이 지리에서 시작할지도 모르고 끝날 지도 모르니....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헤드렌턴을 하고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 수준으로 크게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 아침을 먹기로 한 노고단 산장까지는 약 40~50분 정도 소요되었다. 쉼터에서 끓여먹는 떡라면에 준비해온 청양고추를 찢어 넣었다. 나는 세석에서 구워먹으려던 수제소세지를 버스에서 소진해버렸다. 남은 것은 김밥 한 줄 무거운 배낭이 두려웠던 탓. 아침을 먹고 '천왕봉' 이정표를 따라 오르막을 올라 집결해서 점심을 먹기로 한 노고단산장까지 걷다보니 날이 밝아온다. 이름모를 봉우리에서 맞이하는 해돋이 그리고 지리산 능선자락 .
5월에도 눈을 보게 될줄은...이번에 눈 징하게 많이 보는 구먼.
노고단산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운영하며 매점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과자류를 시중과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그곳에서 10분 정도 올라서면 멀리 우측으로 노고단이 보이고 가까운 좌측에 노고단을 본딴 돌탑이 보인다.
길은 한동안 내리막 또는 오솔길 수준으로 크게 힘들지 않다. 산장을 출발한지 약 1시간 10분 후에 임걸령 샘터에 닿았고 이제부터는 제법 오르막이 이어진다.막판 계단길을 올라서면 노루목이고, 이곳에서 반야봉 정상까지의 갈림길을 만나는데... 반야봉을 다녀오는 시간은 왕복 1시간 30분 정도라한다. 우리 일행은 반야봉에 올라갔다 내려온다는 나머지 일행을 기다리며 무심님이 특별히 나에게 이름을 알아가서 가져오신 모스까또 다스티를 마셨다.
일행을 기다리면서 쉬엄쉬엄 삼도봉으로 올랐다. 삼도봉은 전남·전북·경남이 만나는 곳이라 하여 삼도봉이라 한다고. 삼도봉에서 화개재까지는 약 550여 개의 계단을 내려서야 한다. 계단을 내려서면 좀 훤한 헬기장을 만나고 이곳이 화개재라는 곳이다. 진행 방향 좌측이 뱀사골산장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하지만 나머지 일행은 반야봉에 올라가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니. 그때부터 나의 걸음은 완전히 빨라졌다는 거. 임걸령에서 식수를 채우고 토끼봉을 향해 올랐다.. 첫날 만나는 가장 힘든 오르막 이라고하는데 나는 단숨에 올라 우리 일행을 20분간 기다려야만했다. 토끼봉 정상까지는 약 45분 정도 소요되며 정상엔 헬기장이 있고, 진행 방향 좌측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전에는 이 헬기장이 모두 개방되었는데 지금은 목책을 만들어 등산로를 따로 연결해두고 있었다.토끼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계단길이며 이후 점심식사 예정지인 연하천까지는 내리막~평지~오르막이 적절히 섞인 길이었다. 연하천에 닿기 전 총각샘이 있다는데 이정표가 없어 들르지 못했다. 연하천산장 직전은 잘 정돈된 계단길로 수월하게 도착. 선두일행이 라면을 끓여 머고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연하천산장은 식수가 풍부하며 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다른 곳과는 달리 맥주, 소주류를 판매하며 가격은 시중보다 2~3배 비싸다. 뒤이어 온 후미조도 선두조를 보낸 후 이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좀 쉰 후. 식수를 보충하여 벽소령산장을 향해 출발했다.오후가 되니이제까지 눈밭이던 길이 녹아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겨울에서 얼음이 녹는 봄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벽소령까지는 약 2시간 가량 , 길은 대부분 바윗길이지만 릿지길은 별로 없고 중간에 형제봉이라는 두 개의 암릉을 만나기도 했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무념 무상...
원칙적으로 지리산 주능선 전 구간은 텐트 야영이 금지돼 있으니 벽소령에서 출입제한시간이 있다.
벽소령산장은 식수는 최근 산장 입구 계단 앞쪽으로 끌어왔는데 샘터는 화장실 뒤쪽 쌍계사 방향으로 약 200m 떨어져 있다. 수량은 연하천보다 넉넉지 않은듯. 벽소령산장은 명월로 유명한 곳이라하고 산장 앞뒤로 비교적 전망이 좋았다. 3시반을 넘기면 입산 금지라 한다. 게토레이로 갈증을 해결하고 오솔길 수준의 길을 가다보면 산장에서 1시간 거리인 선비샘이 나온다.여기서 다시 2시간을 가면 세석산장. 세석까지 가는 길은 악명이 높았다. 아는 사람하나는 너무나 점잖은 분과 함께 그 길을 가다가 그 점잖은 분이 " 내가 이제 부터 욕을 하고 싶은데 못들은 거로 해주십시오" 라고 하고는 육두문자를 마구 날렸다하기도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리산 길이 설악산 보다 더 힘들었다'라는 회고, 멋모르고 갔다가 무릎이 망가져서 몇달을 근신해야했다는 야그들을 가득 가지고 있는 지리산...
암리 착한 사람도 욕나오는 구간이라는 그곳... 을 나도 경험하게 되었으니... 길은 진흙탕에 바위길 또한 산재해있다. 3개의 고개를 넘을 때마다 이제 얼마 안남았겠지 하는 희망을 산산히 부수는 고개들의 행진....아주 길게 느껴지는 지리의 길 ...그래 지리는 편안히 길을 내어주지는 않았다.게다가 라면만 먹어 나의 베터리는 소진되어 갔다. 하지만 무엇을 꺼내 물만한 여유가 없다. 어쩐지 금장 다가올것만 같은 능선들..다리는 자동으로 앞으로 나아갔고 나는 산장이라는 신기루를 찾고 있었다. 마침내 능선위에 홀로 서있는 세석산장을 보았을때 나는 환호하지는 않았다. 묘하게 혼미한 상태 속에서 마취되듯 산장을 향해 힘겹게 발길을 내딛고 있었을뿐. 삶도 이런 것이었다. 어쨋든 살아가야하는 것...걸어가야하는 길...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욕도 하지 않았고 누구처럼 맛있는 고기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현실감이 없는 산 중에서 홀로 떨어져 가고 있을때 마치 지리산 산신령이라도 만날 것 같은 환상감.ㅋ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이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깨닺는다. 나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다.
차갑고도 뜨거웠던 세석 산장
혼미한 상태에서 카메라를 꺼내 찍은 세석산장의 코딱지만한 모습 ^^
1박을 할 세석은 벽소령과 흡사했다.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방 배치문제로 앉아있을 새가 없다. 산장예악을 하기 위해 PC방에 죽치고 새로고침을 눌렀던 기억이 난다. 예약이 이미 끝났을 경우, 인터넷에서 산장 예약시 만약 남은 자리가 없으면 대기자로 등록하면된다고 한다. 그 사이 취소분이 생기면 대기자 순서대로 자동 예약 된다. 만약 그것도 안 되면 숙박 예정지인 산장에 미리 도착해, 대기자 명단에 등록하면 예약을 하고도 산장에 오지 않는 사람들의 빈 자리를 대기자 순서 혹은 노약자 우선으로 배정한다. 예약을 한 이상 오후 7시 전에는 해당 산장에 도착해야 하며, 예약이 되어 있지 않을 시엔 복도, 홀(마루) 등에서 불편한 잠을 감수하는데, 산장밖에서는 별빛속에서 비부약을 하는 침낭의 모습으로 가득찼다.원칙적으로 지리산 주능선 전 구간은 텐트 야영이 금지돼 있으니 벽소령에서 출입시간이 있는 것일게다.
세석의 밤은 어찌나 추운지... 별이 쏟아지는 것 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밤하늘도 얼어붙은 것같은 세석의 기온은 별자리 감상하기에 너무 추웠다. 일본의 어느 산에서 바라본 하늘은 '너무 더럽다'고하던데 ^^ 별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리~
방은 하룻밤 1인 8000원이며 모포 1장당 1000원에 대여 가능하다. 산장의 겉모습은 아주 아름답지만 내부는 군대 내무반같은 마루바닥이며 옆 사람과 다닥다닥 붙어 자야 했다. 두개의 모포를 빌려 하나는 깔고 하나는 덮었다. 버스에서 쓰려고 가져간 목베개를 하니 조금 편했지만 혼자 자도 큰 침대에서 자야하는 편안함을 느끼는 나는 마치 감옥에 있는 것 처럼 옴짝달짝 못했다. 그래도 추운날씨를 감안하여 불을 절절 끓게 주고 있어 좋았다. 바람부는 야외에서 차돌백이 고기와 깻잎쌈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먹고나서 10시쯤 방에 들어와 온돌마루에 언 몸을 누이고 혼절하듯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버렸다.
2일째: 세석산장 [1박]- 촛대봉 - 천왕봉-장터목산장 -중산리
둘째날은 세석산장에서 일박을 하던중 2시쯤 눈이 번쩍 뜨인다. 어제 진흙투성이가 된 클라이밍 바지를 빨아야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 것이다. 등산바지는 그것 하나만 가져왔으니 당장 2일째 등산이 문제다. 어제 헤드렌턴도 없이 가다가 웅덩이에 빠졌던 식수장에 가기위해 헤드렌턴을 찾아 끼고 가지고 옷을 마구 껴입고 길을 나섰다. 벌써 밖에는 천왕봉을 향해 가는 등산객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입김이 하얗다.태양열로 불이 켜지는 세석산장의 등은 9시 이후로 소등되어 밖은 무서우리 만치 어둡고 차갑다. 무거운 지리산의 어둠을 느끼며 눈이 녹은 차가운 취수장의 물로 바지를 빨고 방에 들어와 빨래줄에 널었다. 몇시간에 마르는 클라이밍의 기적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다시 누웠지만 말똥 말똥....어제 자러 들어오느라 오늘 일정을 인지하지 못했다. 전화하니 라벤더의 졸린 목소리...
우리 일정은 6시 기상, 반에 식사 준비. 느지막이 퍼플이 끓여주는 보글보글 된장찌개와 밥을 먹었다. 그동안 밥다운 밥을 먹지 못했는데 살거 같다. 죙일 라면만 먹어서 어제 세석직전에서는 배가 고파 정신이 다 혼미해졌었다. 지금까지 베터리가 소진될 때까지 산행을 해본적은 없었던 기억..역시 지리는 지리...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세석 대피소에서의 단잠 (약 4시간)을 자고 된장찌개로 따뜻한 밥을 먹고 촛대봉으로 출발.
아침을 먹고 산장을 등지고 우측길로 걷는다.
세석에서 약 15분 거리인 촛대봉을 올라, 장터목으로 향하였다. 장터목 가기 전에 연하봉을 지나는데, 세석 - 장터목 구간은 약 1시간 40분 소요되며. 지리산 주능선 중에서도 난이도가 쉽고 길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제 하산만 남았다.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6시 기상하여 8시쯤 출발. 천왕봉 일출을 보지는 못했다.아쉽다. 굳이 천왕봉 일출에 연연하지 않아 지리산 무박 3일 종주가 가능했던 것이지만...아쉽다. 언제 천왕봉 일출만을 위해 함 와볼까 싶다. 오늘 하산을 하는중산리 코스는 천왕봉 정상에서 막바로 내려서면 된다. 설악산보다 볼 것 없다는 지리산이지만 웅대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이 산이 마이 그리울 것같다.
장턱목산장을 향해 가는 길. 길을 따라가는 능선 좌우로 지리산이 좌악 펼쳐진다. 마치 한라산의 그것처럼 철쭉이 양쪽으로 만개한다면 정말 장관이것지......다시 와봐야하낭 ^^^""
예전에 장터였다는 장터목 산장이다. 제일로 높은 장터로구먼그래.
장터목 산장에서 망중한...하늘아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우체통이란다. 이곳에서 엽서를 띄우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꼭 찍고 싶었다.
비누도 퐁퐁도 쓸 수 없는 지리산...화장품 자체가 필요없을 거 같아 선블록만 챙겨갔더니..
히궁저 주근깨들 어쩔거냐구. 내가 간뎅이가 부었다.
장터목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돌계단을 올라간다. 점처럼 보이는내모습.스틱을 들고 정말 홀가분하게올라갔다.
천왕봉 직전의 암벽은 눈이 얼다 녹아 미끄럽다. 다량의 에너지 소진. 천왕봉 정상에 올라가자마자 빵을 열심히 먹었다.
하산의 과정은 전날 산행 과정보다는 난이도가 약할 것이다.
하산하며 보는 지리산 능선은 어머니의 품인양 평화롭고 따뜻하다.
어제 보여준 포악한 겨울은 어느덧 봄으로
봄에서 다시 여름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천왕봉 바람이 날카롭다더니
천왕봉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온몸을 감싸는 멋진 훈풍뿐...
나는 소백산에서도 한라산에서도 늘 이러내~
고도의 날씨가 장난아니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늘 산 정상은 덥거나 별루 날카롭지 않았다.
산신령이 날 반가이 맞이해주시는거얌~
세석에서의 반짝 추위와 세석까지의 눈길 산행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만큼
완전히 다른 모습의 지리산.
나는 지리산의 4계를 경험했고 고통은 짧았으며
그것이 인내인지도 극복인지도 모르고 견뎠으니
아름다운 모습만 가져가게 될 것이다.
하산시 지리산의 날씨, 풍경 모두 쾌청하고 아름다웠다.
천왕봉까지
우리 일행은 전날에 못찍은 사진의 한이라도 풀듯
꽤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하산의 과정은 지리산 능선이 펼쳐지는 전망과 즐거운 사람들로 인해
평화로웠다. 산아래쪽으로는 지리의 풍부한 수량을 짐작하듯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찼다.
나는 하산이 늦어졌지만 내려가면 못할 거 같아 중간에 얼음물에 탁족을 했지~
🏕
지리산 종주를 준비하기전 많이 걱정하였고
누군가는 내가 할 수 없을거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없다.
다 내가 할 수 있으니 시도한 것이다.
해보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 지리산을 위한 나의 산행 준비물
일단 침낭도 넣을 수 있는 종주 배낭이 필요했다. 한라산 행 때 배낭무게(28L였음에도) 를 감당하지 못해 목이 붓는 휴유증으로 고생을 했었다. 내 고질 병인 어깨 통증으로 한의원에서 부황만 두번을 맞아야했고 컨디션 난조가 한달은 갔다. 그레고리 배낭이 허리끈이 강해 어깨에 부담을 분산시킨다고 한다. 여러가지 고민하다가 종주를 위해서 최소45리터-50리터 정도는 있어야 좋다고 해서 오케이 아웃도어에 갔다. 마침 50리터 제이드는 물건을 볼 수 없었고 45리터의 스카이블루 색의 제트배낭이 있었다. 매보니 등판에 딱 달라붙는 느낌이 바로 '이것이다' 싶었다. 오스프리 보다 10만원이 비쌌지만, 눈 딱감고 장만 결국 그 값어치를 했다. 지리산에서 내 생전 처음 어깨 통증이 없었던 것이다. 배낭은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
장거리 등산화는 발목이 있는 중등산화라는데 발목이 긴 건 내겐 애니스톰 뿐이었다.나머지는 목이 짧은 비브람(제주도 트렉킹용으로 산 것). 그러나 캠프라인의 이 반릿지창은 한라산 같은 장거리 산행에서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깔창이 필요) 화강암인 우리나라산에서 홀대받는 비브람 창의 가치를 알게 된 순간이었지만 이제 울 나라 등산화는 비브람이 나오지 않는단다. 잠발란 같은 외국산을 장만해야할까 생각했는데 누군가 애니스톰정도면 지리산 종주를 할 수 있다 한다. 지리산은 험악하지 않는 흙산이라공... 그래서 깔창 까지 덧대어 신었지만. 결과는 결국 내 이상한 발 때문에 또 발바닥에서 발가락까지 얼얼한 느낌이 지금껏 계속된다.
무릎보호를 위해 무릎보호대를 꼭 하고 가라는 충고를 들어 하고간 무릎 보호대...말 듣길 잘했다.
지리산 가기 전 걱정하는 나에게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고 배낭과 등산용품도 22% 싸게 사게 도움 준 사람들에게 얼른 고마움을 표해야겠다. 덕분에 지리산 종주가 산뜻하게 완성되었다. 그리고 설악산 공룡능선과 서북능선종주를 위한 훌륭한 워밍업이 되었다.
지리산은 비가 많은 산이므로 비옷(판초우의), 밤엔 추우므로 덧입을 긴팔옷, 갈아 입을 여벌옷이 필요하다.고어텍스 등산화라도 발목으로 흘러들어가는 빗물을 막을 수는 없다. 스패츠준비.
나는 거위털 잠바와 고어텍스 재킷을 갖고 갔는데 그거 입고도 덜덜덜 떨 정도로 5월의 세석은 추웠더랬다.
대부분의 산장엔 별도의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꼭 갖고 하산해야한다. 쓰레기도 다 짐..쓰레기는 줄여야한다.
간단한 취사도구. 코펠, 버너와 숟가락, 젓가락, 그릇... (가벼운 걸로). 부식거리로는 쌀, 햇반, 즉석국, 그외 국거리, 참치캔, 김, 김치, 마른 반찬, 햄, 스팸, 커피, 녹차, 치즈, 소세지 등등... 즉석국 속 내용물만 추려서 비닐백에 넣으면 좋다. 그 비닐백은 다시 빈 코펠 안으로.
산행 중간중간 행동식(간식) 과자, 떡, 빵, 과일, 미숫가루(설탕과 약 1:1 비율) 등등... 미숫가루는 파워에이드나 물통에 넣고 마구 흔들어주면 마시기 편할 만큼 잘 섞인다. 여름의 경우 음료수 병에 약 7~8부 가량 물을 넣고, 2~3일간 얼리면 산행 중 시원한 물(또는 맥주)을 마실 수 있다. 소금 보충을 위해 소금 사탕이나 죽염 약간.
지리산 전 구간에서는 세제, 비누, 치약 등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양치는 소금으로 세수는 물로만 ... 설거지는 두루마리 화장지로 닦아낸다.
비상 약품(소화제, 대일밴드, 맨소래담로션 등의 소염진통제, 압박붕대, 지사제, 후시딘 등의 상처 치료제 등등) 기본적인 의약품은 산장에도 비치돼 있다. 나는 고질적 어깨통증이 도질까봐 뿌리는 파스를 샀다. 삼천원짜리와 오천원짜리는 용량이 똑같았는데 효과가 오천원짜리가 더 즉각적이라고 해서 그걸 샀다. 결국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산행을 하면서 곧 알게되었다. 무릎이 안좋은 경우 즉각적인 파스의 효과는 지대한 것이었기때문이다.
기타
1. 지리산 주능선은 가장 많은 산행객이 찾는 만큼 등산로가 뚜렷하고 정비가 잘 되어 있으며, 이정표와 리본도 많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또한 2~3시간 간격으로 산장이 있어 어디서든 식수를 보충하고 쉴 수 있다.
2. 지리산은 비가 많은 산. 비가 많이 올 경우 입산 자체를 통제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출발 전 통제 여부를 꼭 확인해야함.
3. 그외 코스
구례 - 화엄사 - 노고단[점심] - 뱀사골[1박] - 연하천 - 벽소령[점심] - 세석[2박] - 장터목 - 천왕봉 - 치밭목[3박] - 대원사 하산
구례 - 화엄사 - 노고단 - 뱀사골 - 연하천[1박]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2박] - 치밭목 - 대원사 하산
4. 무박종주로 3대종주중 하나인 화대종주도 있으나, 산행이 근로산행 내지는 학대 산행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나에게는 이정도 지리산 종주가 적당. 1년에 한번은 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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