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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더기도문

bakingbook 2007. 10. 17. 22:27

2007/10/17 22:27

중 3 겨울 방학 무조건 찾아간 명동 성당,

친구와 둘이였다.

예민했던 청소년기 아름다운 세례성사였다.

어떤 만남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저의 자식을 이런 인간이 되게 하소서


약할때 자기를 잘 분별할수 있는 힘과


두려울때 자신을 잃지않을 용기를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 하지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할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를 요령과 안락의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곤란과 고통의 길에서 항거할줄 알게 하시고


폭풍우 속에서도 일어설줄 알며


패한자를 불쌍히 여길줄 알도록 해 주소서

그의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목표는 높게 하시고


남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게 하시며


미래를 지향하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않게 하소서

그 위에 유머를 알게 하시어


인생을 엄숙히 살아가면서도


삶을 즐길줄 아는 마음과


자기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소서


그리고 참으로 위대한 것은 소박한 데에 있다는 것과


참된 힘은 너그러운 데에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아비인 저는 헛된 인생을 살지 않았노라고

나직히 속삭이게 하소서.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고 말했다는 더글러스 맥아더는

훌륭한 군인이지만 좋은아빠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의 기도문을 읽으며 역시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당신 자신은 너무도 엄격한 생활을 하셨으나,

자식인 저는 자유롭게 크게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북분이셨지만 자식은 운동권이길 바라셨던 아버지 ^^

당신을 위해선 책과 우유를 사는 것이 전부이셨던 아버지가 용돈을 모아 우리 가족을 위해 준비하셨던 깜짝 선물들이 생각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후 아버지의 낡은 책갈피와 낡은 잠바속에서 나왔던 만원짜리 지폐들...그것을 보고 아버지는 당신을 위해 돈을 한푼도 쓰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돈은 그런 것이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는 것..그 뿐이었습니다.

조그만 일에 기뻐하셨지요. 어디서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시려하셨어요.

그러면 세상사람들은 몰라준다고 너무 순진하셔서 사람들을 너무 믿으셔서 아버지 손해보셨다고,,,생각해왔습니다. 아버지가 계셨던 병원 사람들을 용서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인간이란 나약하여 허세에 기대는 것임을 저또한 나약한 인간임을 알겠습니다. 그리고 허세가 필요없었던 아버지는 너무도 큰 사람임을 알겠습니다.

아버지, 참된 힘은 너그러움에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아주 커다란 대가를 치르고 알게 된 것들입니다. 아버지를 잊지 않는한

잊지 않을 겁니다. 뼈아픈 진실은 이겁니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한다 할지라도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내 가슴속에

무덤도 내가 살아있는 한 없어지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한 많이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아버지를 다시 뵙게 되는 날 아버지 앞에서 눈물 흘리겠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말씀 하시겠지요.

그렇게 나약해서 어떻게 험한 세상 살려고 하느냐라고 말입니다.

천주님, 저희 아버지는 비록 무교이셨지만, 겸허하고 소박하셨습니다. 권세를 가지셨지만 휘두르지 않으셨습니다. 반가이 맞아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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