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숨은벽 릿지 본문
두려움이 없다면 용기란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중에서 돈까밀로의 대사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두려움에 대한 극복이었던 북한산 '숨은벽' 릿지였습니다.
암벽인들 사이에 회자되곤하는 '숨은벽'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인수봉과 백운대를 좌우로 중간에 조화를 이루고 있는 대슬랩과 마주치자 숨이 멎을 만큼의 장엄미에 압도되어 위축되지않을수 없더군요.
'숨은 벽'이란 명칭은 인수봉이나 백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합니다. 한 올 생명줄 같은 한 줄 자일을 의지해 슬랩을 타면서 포장되지 않은 내 두려움과 마주할 수 있었고 손과 발을 통해 느껴지던 바위의 꺼끌하고 따뜻한 감촉을 통해 웅대한 바위의 숨결을 호흡할 수 있었습니다. 두렵기만 했던 암벽등반을 왜 내가 하려했는지 깨달았던 순간이기도 했죠.
돌이켜보니 슬랩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됩니다.
50m 빨래판 슬랩구간을 발발 떨며 올라오던 저는 대슬랩 중간에서 지휘하시던 총대장님과 마주쳤습니다.
총대장님: 떨지마란 말이야.~일어서보라고~
나: (얼굴도 못들고) 제가 떨고 있는게 보이시나요? ..
총대장님: 웅...
나:절대 일어설 수 없단말입니당. ㅜㅜ
숨은벽'은 저에게 아름다운 슬랩이자 말 그대로'벽'이었습니다. 저의 난관은 1여년 전의 부상에서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어깨와 산행초기에 겪은 슬랩에 대한 트라우마였으니까요. 그 '벽'을 넘는 과정에서 몇 번 다가온 위기를 함께한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숨은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두려움 때문에 몸을 일으켜 멋진 바위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것, 긴 구간을 오르며 문득 주변의 바람과 하늘과 구름을 즐기는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언젠가 다시 '숨은벽'을 만난다면 벽과 면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보다 더 당당하게 서고 싶습니다.^^
많은 인원의 릿지팀을 리딩하며 선등하시고 기초도 없고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저같은 왕초보를 이끌어주신 고산 총대장님, 몇번의 위기를 넘기도록 뒤에서 밀어주시고 바위와 저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셨던 후등대장님 자비님 덕분에 '숨은벽' 정상인 768.5봉까지 슬랩을 오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한줄 자일에 의지해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두려움을 극복케해준 릿지팀(좁은 슬랩 양쪽으로 가파른 낭떠러지의 고도감에 망설이던 그때 내 뒤를 따라오던 팀원을 보면서 나 하나가 잘못하면 큰일 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ㅜㅡ)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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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골방향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돌면 '숨은벽 '가는 길이 나온다. 숨은벽까지의 어프로치는 꽤나 깔딱을 올라간다.
북한산에서는 드물게 흙길을 어프로치하다보면 한마리 공룡의 등을 오르게 된다.
숨은벽 능선... 한개의 바위덩어리인데 설악산 공룡을 연상시키고, 숨은벽에 이르르면 공룡의 머리를 꼭대기를 보는 것 같다.
백운동 방향으로 가면 V자 계곡으로 '숨은벽'을 볼 수 없다. 백운대에서는 숨은벽이 보이지 않음이다. 단지 밤골에서 시작하여 사기막골로 가는 능선쪽에서만 보이는 숨은벽. 그래서 북한산을 두번 간 동안 백운대는 봤어도 숨은벽은 처음이다.
북한산 정상의 높이가 836.5M지만 좌우로 인수봉과 백운대를 사이에 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숨은벽을 보니 그 장엄함에 압도된다.
숨은벽 릿지는 헬멧과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국립공원관리요원에게 제지당한다.
총 3피치 혹자는 4피치라고도 하고.....다양한 슬랩을 경험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릿지다.
1피치는 빨래판 모양의 대슬랩으로 약 70도 각도라 한다. 50M의 길이감이 있지만 넓은 지역이라 평지라 생각하며 천천히 가니 괜찮았다.
2피치는 쌍크랙구간으로 두가지 선택 중 왼쪽크랙쪽을 넘어 가니 수월한 편.
3피치는 뾰족한 봉오리로 슬랩이 좁고 좌우로 낭떠러지라 고도감으로 인한 공포감이 엄습한다. 3단계 시작부터 경사면에서 오래 서서 지체하면서 무릎에 무리가 와서 발을 떼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다. 따라서 고난이도 슬랩을 타면서 불안해진다. 마침내 뾰족한 봉우리에 도착하자마자
조금 쉬고 가겠다고 하는 나. 하지만 보름달님이 바로 뒤를 따라 오시다가 나로인해 멈추게 되었지않은가. 좁은 사면이라 모두 불안해진다.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다. 나는 왼쪽 사면을 선택하기로 한다. 다 낭떠러지이지만 오른쪽은 좁은 사면을 또 올라가야하는데 자신이 없다. 다행히 왼쪽 사면이 미끄럽지 않았다. 십년감수~ 앞으로는 가장 후미에서 와야겠다는 생각...
숨은벽 포토라인
인수봉과 백운대를 호위무사로 거느린 여왕같은 포스의 숨은벽.북쪽에 위치한지라,
오전에는 역광으로 숨은벽의 전체를 보기 어렵고 일몰 무렵에 해를 받아 찬란한 숨은벽의 위용을 더 잘 볼 수 있다.
빨래판 소슬랩에서 릿지연습 중. 무서워서 자세가 위축되어있다. 슬랩공포증 ^^
슬랩아래로 해골바위가 보인다.
50m 대슬랩 출발. 주변을 둘러보면 무서울거 같아서 내 손만 쳐다보며 올라간다.
이곳은 하네스와 자일 헬멧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오를 수 없는 곳으로 휴일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직원이 지키고 있다. 그만큼 인수봉과 더불어 사고다발지역.
일어서보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난 릿지경험이 일천한 왕초보라 발란스를 잃을게 두려웠다.
손가락에 닿는 까끌한 바위감촉이 바위가 살아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했다. 흙과 모래는 돌이 부숴져 만들어진 것이고 돌은 바위에서 분리되어 나온것이다. 인간은 죽어 흙이 되고 먼지가 된다. 결국 바위와 우리는 같은 질료로 만들어진 존재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거슬러 이곳에 서 있는 이 거대한 존재는 이후로 내 꿈 속에 자주 나타난다. 아름답고도 두려운 존재 숨은벽은 자연이고, 우리는 대자연의 일부이다.
누군가 인간은 원래 하나의 통합된 존재에서 개별화되어 나온 존재라 한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우리가 왜 항상 동반자를 찾는 외로운 존재인인가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
엄지바위는 릿지구간의 끝을 알린다.
숨은벽 정상에서 뒤로 보이는 백운대
인수봉에서 하강하는 클라이머들 모습. 하강은 언제나 어렵다.
울끈 불끈 남성적인 인수봉의 옆모습은 숨은벽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모습. 설교벽이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숨은벽에서만 볼 수 있는 인수봉의 위용이 마치 숨은벽의 짝사랑 같다고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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