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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Jeon Woochi)/최동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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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전(Jeon Woochi)/최동훈

bakingbook 2010. 1. 8. 18:20
2010/01/13 01:08

 

홍길동전과 함께 대표적인 고전 영웅소설로 꼽히는 「전우치전」을 모티프로 한 영화<전우치전>은 <타짜>로 안타를 날린바있는 최동훈감독의 작품입니다. 주요배역들도 보면 천관대사(백윤식) 화담(김윤식)과 초랭이(유해진) 신선(송영창)등 배우들을 면면을 보아도 <타짜>에서 이미 고유의 아우라를 풍기던 배우들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동훈 감독이 영화<타짜>에서 보여준 입담과 뒤통수를 치게하는 트릭들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한없이 가벼울수만은 없을 거라는 짐작이 갑니다. 영화속의 강력한 캐릭터 전우치 (강동원)의 넉살과 능청 혹은 딴청^^이나 입담들과 와이어액션이 보여주는 현란한 액션들, 발랄한 음악등 한없이 가벼운 권선징악 스토리로 가벼얍게 보았지만, 앤딩을 거치면서 몇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첫번째는 전우치라는 캐릭터입니다. 실제로는 조선 중기에 활약했던 임꺽정과 더불어 실제 인물이라고도 하는 전우치라는 영웅은 학교에서 국어시간에도 본 바가 있을테고 신소설에서도 다루어졌던 인물이었지요. 민족의식을 고취시켜야할 때 필요한게 이런 한국적 히어로인가봅니다. 한국적 히어로로 표방되는 전우치 내용은 따지고 보면 원숭이가 주인공인 중국기인소설 <서유기>와 그다지 다를바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 바로 왜 지금일까요. 무려 백억을 들였다는 한국적 블록버스터는 3D 입체 파노라마 영화<아바타>의 대공습속에서 꽃피어진 봉오리입니다. 사실 아바타의 현란함은 없어도 동양마법사인 도사인 전우치와 일행이 보여주는 매직이나 요괴 CG는 꽤나 자연스럽게 극 속에 녹아있습니다. 내러티브적 필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 가장 동양적인 내용으로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요괴를 잡아 보자는 야심일까요..

캐릭터에서 보이는 동양적 요소는 고전 영웅과 도사와 신선과 요괴...그리고 선녀 비스무리? 내용을 보자면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등장합니다. 통일신라시절 왕권강화를 위해 춘추무열왕의 죽음을 신화화시킨 것이 바로 만파식적 설화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신문왕시절까지는 진골세력이 무사안일 살아갈 수 있었나봅니다만, 어느덧 신라 후기가 대면 100년 사이에 십수명의 왕이 바뀔정도로 왕권은 취약해지죠.... 통일신라는 골품제라는 뼈에 새겨진 계급의식때문에 망한 나라라고 합니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킨다는 이 만파식적이 도인의 손에 있으면 세상이 평화롭고 요괴는 이 땅에서 사라지지만 요괴 손에 넘어가면 큰일 난다고 합니다.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깁니다.

그리고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있군요. 그는 젊고 분탕질을 좋아하는 악동입니다.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위정자를 조롱합니다. 그렇다면 전우치는 탐관오리와 임금에게 반기를 들었던 조선중기의 영웅과 맥이 닿아있긴 하군요. 그러던 그도 현대에 와서 왕이 없다는 얘기에 ." 왕이 없다면 누가 백성을 다스린단말이냐 "하며 고개를 절로 흔듭니다. 생각해보면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홍길동과는 달리 그는 권력에 의지는 없는 도사입니다. 도교사상 혹은 신선사상에서도 보이듯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불사의 신선이 되어 유유작작 사는 것입니다. 그려. 그런데 이 무정부주의적인 사상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심기를 건드려 파룬궁의 그 학살 사건들이 일어났던 것이죠. 왜냐구요...그런 좋은 건 왕만 되야하잖아요. 불로초는 왕만 먹어야하는건데 지네들도 먹겠다고 하니까 ^^;;

전우치는 결국 자신의 도술을 믿고 까불다가 화담의 함정에 빠져 족자속에 반토막 피리와 함께 500년을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2009년 요괴가 다시 깨어나고 신부, 중, 점쟁이로(도교사상인데 유불선이라니) 제각각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화담을 찾지만, 500년 전 수행을 이유로 잠적한 그는 생사조차 알 수 없습니다. 도인의 탈을 쓰고 있으나 사실은 요괴인 화담은 500여년후 정치계의 검은 손이 되어있습니다.

두번째 의문, 하필 왜 500년이란말입니다. 아니 왜 현대일까요. 500년만에 자신을 족자에 넣은 어리버리 신선들에 의해 다시 깨어난 전우치와 초랭이는 현란한 네온사인의 도심을 걸으며 생맥주를 테이크아웃하는군요. 맥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꽤 좋은 아이디업니다. 꼭 커피만 테이크아웃하라는 법있나요 . 그리고 텔레비젼 속으로 순간 이동하기도 하는군요. ^^ 자기가 가고 싶은 세상으로 가기도 하고 보고 싶은 세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록 한순간의 환상이긴하지만요.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 멀리 보느냐에 따라 마법의 질이 달려있나봅니다. 전우치가 첫눈에 반한 과부(임수정)에게 바다를 보여주는 것처럼 전우치의 마술은 초랭이의 말대로 부적없이는 얼마 못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앤딩에서 이 바다는 다시 나타나죠.. 조선시대에는 알수도 없는 먼 이국의 바다를 그는 어떻게 재현했던 걸까요.

세번째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기전 전우치의 말 " 이 바다는?" 이라는 대사는 도데체 무슨 의미일까요.

천관대사는 화담의 독주에 의해 살해당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전우치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지요.

그리고 이제 맞닥뜨린 스승의 원수, 화담과 대적하는 중에 그는 자신의 한계와 부딪힙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부적 없이는 마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약점이지요. 이제 부적이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고 친구와 사랑하는이에게서 배신까지 당하는 그는 어찌 해야할까요...<타짜> 같지 않나요. 영원한 우정도 영원한 사랑도 없는 세계...그런데 그의 선택은 그답게 맹랑할 정도로 가볍습니다.

사실 부적은 그에겐 단지 부적이었을 뿐이죠. 그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위안거리였단거죠. 그는 부적없이도 상당히 훌륭한 도술을 부릴수 있습니다. 여기서 대결은 앤딩도 나지 않았건만 전우치는 스승이 돌아가시던 날로 다시 돌아가 있습니다. 자다가 눈비비고 일어나니 스승은 생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에게 전날 데려온 여인을 집으로 돌려보내라하십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나요.데쟈뷰같이 말이죠..그리고 늘어지게 꿈만 꾸고 있다하십니다....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었나요ㅜㅡ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화담의 트릭입니다. 천관대사를 죽였을 때 했듯 트릭을 씁니다. 천관대사도 이것은 막지 못했지요...하지만 스승은 화담이 전우치에게 이와같은 트릭을 쓸 것까지 알았던 것입니다.

네번째 의문, 전우치는 현대로 돌아와서 말합니다. '네가 스승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뿐이겠지..." 물론 전우치는 스승의 유언을 생각해내서 죽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비몽사몽 환상속에서 그는 어떻게 자각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스승을 죽일 때 화담의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스승의 모습이 무언가 부자연스러운게 있었던 것입니다.....

서인경이 소원하던 남태평양의 바다로 가있는 (순간이동?) 세사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 보죠.

정말로 이상한 일입니다. 전우치는 그 바다를 서인경이 붙여놓은 사진 속에서 재현한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 500년 전의 그가 그 당시 재현해낼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그는 스승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요 ^^(청출어람?)

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따지고 보면 유쾌한 사기극아니겠습니까. <전우치전>은 보는 관객에게 이렇게 게임한판 하게 한 것 같습니다.

여담: 1.임수정의 정체는 대체 뭡니까. 얘기하다 우물거리고...요괴?선녀? 보살?

2, 염정아의 미모는 삭았으나, 연기 엄청 못하는 연기 정말 일품입니다.

3. 그리고 초랭이의 정체는 물론 개입니다만,인간이 되기를 소원하죠. 전우치가 그러죠. "니 정체를 알려주까? " 여기서 팡 터졌답니다.^^ 영화에서 초랭이가 하는 그간 행적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거든요.

4. 강동원..................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