逍遙
제주도 한라산 1박 2일 본문
출발
일요일 새벽부터 일어나 분당에서 출발하는 5시 첫차 김포공항 리무진을 타고 제주를 향해 출발한다. 지난 일주일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토요 광교산행에서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준비하느라 잠을 많이 자지 못한 것만 빼고는 아침 컨디션은 좋았다. 비행기에서 이스타항공 책자를 읽어보니 근 1년여 만에 올레길 등 제주행 관광객을 다수 유치해 흑자 경영에 돌입했다고 한다..모르긴몰라도, 제주도를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왠만한 남태평양 섬들보다 천혜의 조건을 가진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이다. 다만 제주까지 가는 항공료가 너무 비쌌고, 제주도 내에서의 이동 수단도 렌트 외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식대도 비싼 것이 문제였었다. 그런 것만 보완된다면 제주도는 같은 대한민국이라도 외국이나 다름 없는 풍광을 가지고 있어 볼만한 곳이다. 기온도 높고 아열대나무들과 과일에 바다를 끼고 도는 올레길에 , 설국을 품고 있는 한라산. 또 해안지대에는 폭포와 주상절리 등 아름다운 화산지형이 펼쳐지고, 해발고도에 따라 아열대·온대·냉대 등 1,800여 종에 달하는 고산식물이 자생하여 식생의 변화가 뚜렷하다. 봄의 철쭉·진달래·유채,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과 운해가 절경이며, 곳곳에서 한라산의 상징인 노루를 볼 수 있다. 이국적인 중문단지와 우도 등 갈 때 마다 새롭고 감탄이 나온다.
이번에는 제주도를 수차례 간 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한 한라산 백록담 코스다. 걱정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절감차원에서 1박 2일의 짐을 실은 배낭을 매고 오른다는 것...최소한도의 옷만 넣었으나, 역시나 무겁다. 다른 일행들의 배낭은 내 힘으로 들지도 못할 정도..어깨부상이후 무거운 것은 거의 안든데다가 원래 어깨가 약해 유럽배낭여행때도 파리에서 어깨 통증으로 하루를 앓았었다...산에서 먹을 점심을 준비못한터라 김밥을 사려하니, 둥근세상님과 창대님이 막는다. 먹을 것 무지 많다고 하시며 산만큼 무거운 배낭을 가리키신다. 히궁~
1일째: 산
7시 35분 제주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20분 걸려 제주공항에 도착, 거기서 택시를 나눠타고, 한라산 출발지가 될 관음사를 향했다. 한라산 입산로는 5개가 된다고 하나, 나는 여름에 어리목 영실 구간만을 오른터다. 짧은 구간이나마 4계절이 왔다 갔다하는 한라산을 경험한터라, 옷을 단단히 입고 손난로도 준비했지만, 제주도 날씨는 육로의 눈이 다 녹아있을 정도로 따뜻하다.
입산로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본산인 관음사는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데 들리지 못해 아쉽다.산을 오르면서, 둥근세상님만 알고 우리는 몰랐던 사실, 관음사에서 출발하는 백록담코스가 제일 험하고 힘든 코스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초반부터 10명 일행의 사이가 벌어진다. 선두는 머물고님과 애벌레님 중간은 둥근세상님 모카커피님, 파트너님,천보산님 후미는 캔디님,민들레님, 창대님그리고 나 ^^ 날이 점점 더워오고, 옷을 차례로 벗는다. 땀을 흘리니 갈증도 심하다. 어제 광교산 백년수에서 떠온 약수로 해갈을 하다가 급기야는 일행의 물을 얻어 마시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약수터가 많지 않은데다, 그나마 하산로에서 만난 약수터도 얼어있었던 것. 백록담은 1시 30분 이후인가는 출입금지가 된단다. 그런데도 울 일행 꽤나 긴 거리를 룰루랄라하며 간다. 관음사에서 백록담까지의 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설경이다. 둥근세상님은 계속 어리목 구간의 설경보다 못하다 하시지만, 거기는 거기대로 여기는 여기대로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 다만 한라산 산행객들의 급증으로 일욜날 한라산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우리와 달리 반대로 오는 등산객들로 인해 좁은 등산로는 정체되기 일쑤였다. 나는 밀어붙이며 가지 못하는 성격이라 조금 힘들었다..나는 절대 선두에 서면 안된다....
중반에 용진각대피소에 이르러 한라산 능선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나고, 아래로는 운해가 펼쳐진다. 1900미터가 넘는 한라산으로 돌입한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낯선 산행객들과는 첨이어도 친근하다.. 산에서 만난 이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우리는 똑같이 땀흘리며 한라산을 오른 것이고, 똑같이 운해를 바라보고 똑같이 한라산을 휘도는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우리가 두고 온 세상이 아래에 있고 그 위에 우리의 몸이 있으니, 우리의 맘을 아래에 굳이 둘 이유가 없다...우리가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1년에 한달 있을까말까한 맑은 날, 코발트빛 맑은 하늘 눈부신 하이얀 설산을 오른다...다리는 괘안으나 역시 배낭의 무게가 어깨에서 느껴진다...일행은 한라산 절경이 보이는 넓게 다져진 터에서 점심을 하기로한다... 나는 오늘 거지컨셉.... 얻어먹는다. 하지만 창대님 가방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먹거리들을 보니, 눈이 휘둥그래진다. 골뱅이무침에 각종 밑반찬에 김치에... 산만큼 무거운 가방 못지않게 배려심도 큰 사람들이다. 우리는 팬션 쪽과 어긋나는 바람에 버스대절 없이 배낭을 맨 채 올레길 트래킹을 해야했는데 물집생긴 발로도 선두에 서서 다닌 것을 생각하면 정말 체력이나 인내심도 대단하다.나는 '아이언 피플'들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한라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조망은 다른 곳에서 보던 산들과는 또한 다르다. 한라산은 1950M의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험악하지않고 부드러운 여성적인 산이다.한라산은 예로부터 부악(釜岳)·원산(圓山)·진산(鎭山)·선산(仙山)·두무악(頭無岳)영주산(瀛州山)·부라산(浮羅山)·혈망봉(穴望峰)·여장군(女將軍) 등 많은 이름으로 불렸다는데 여장군이라는 명칭만 봐도 여성적인 산임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힘들지만 긴장감이 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내가 쉬운 산만 간다 한다...그말은 맞는 말이다.바위산보다는 흙산을 좋아하기때문이다. 명산들은 거의 악산이고 내가 제일로 멋지다 생각하는 산이 설악산이긴 하지만 일상의 긴장감을 떨치고 마음을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일부 비우는 산행은 육산이 최고다...특히 하산시에는 긴장하는 것이 싫다. 힘들게 올라갔으니 편안함과 위안이라는 선물을 내게 주고 싶기때문이다. 소요하는 산...한라산에서도 가능했냐고..물론이다.~ 올라가면서 다시 못 볼 이순간을 붙잡기위해 한라산 설국 속에서 우리는 사진도 실컷 찍고 가슴까지 들어가는 눈위에서 뒹글어도 보고, 하산시에는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산 중에서 봅슬레이선수 처럼 썰매를 타며 내려가기도 했다.
시간이나 추위에 쫒기지않고 느긋이 밥을 먹고 오르려니 마주오는 사람들이 걱정을 해준다. 제일 험한 코스로 올라온다면서 백록담 시간안에 도착하겠느냐는 것이다....나는 점점 걱정이 된다. 암리 그래도 이번에는 백록담을 기필코 봐야하기때문이다...언제 또 볼 수 있겠느냐공~미래는 암리 다짐하고 약속해도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걸음이 빨라지면서 어느 틈에 내가 선두에 있다...히궁~ 결국 어리버리 광교산 소요가 백록담을 선두에서 밟았다는 거. 나 미친거아냐.~
후일 둥근세상님 의중에 폭탄은 소요일거라고 걱정하셨다는데, 북한산에서 첨 본 이후 그때의 소요가 아니라 하신다.소백산에서도 별빛님이 광교산에서 본 소요가 아니라고 하시더닝~~2달여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일어나긴 했다. 천지에 첫가입한후 청계산과 북한산 단풍산행이후 토요광교산행만 10번 꾸준히 하는 동안 왼쪽어깨의 다친 인대가 회복의 낌새를 보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오를 때마다 힘들어서 요동치던 심장이 요즘은 고요하다는 것..산행 다녀오면 허벅지부터 알이 배기던 것이 지금은 끄떡도 없다는 것...이런 신체적인 변화와 외지에서 잘 때면 늘 있는 불면증이 사라졌다는 것...^^
백록담에 이르자, 걱정하던 대로 산림감시원이 막는다. 1시 30분 이후에는 백록담에서 나가야한다는 것...고지가 바로 눈앞인데, 무뚝뚝한 천지인들 사이에서 캔디님이 애교파워를 날리셨고, 우리는 짧은 시간나마 백록담 포토타임과 성판악쪽으로의 하산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올라온 코스로 보아 성판악으로 가는 하산길은 누워서 떡먹기의 길...
눈에 덮힌 백록담 넓은 분화구를 바라보니, 이곳이 화산섬임을 실감한다.
한라산은 제3기 말∼제4기 초에 분출한 휴화산으로.정상에는 둘레 약 3㎞, 지름 500m의 화구호인 백록담(白鹿潭)이 있으며, 주위 사방에 흙 붉은오름[土赤岳]·사라오름[砂羅岳]·성널오름[城板岳]·어승생오름[御乘生岳] 등 360여 개의 측화산을 거느리고 있다..
한라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이자 영산(靈山)으로, 백두산과 더불어 기가 흐르는 곳이라 했다.
민간 신앙에서는 금강산·지리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 가운데 하나로 치기도 한다. 그래서 선산(仙山)이라 하지않았겟는가.
내 오늘 한라산의 웅대한 정기를 받아가리라 ^^ 이 생각을 하니 힘든 줄을 모르겠다.
하산하는 길은 운해속을 헤집고 내려가는 길이었다. 마음 속에는 뿌듯한 성취감 이상의 자연이라는 아름다운 존재와의 일체감을 온전히 느끼며 백록담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은 지금까지 어떤 것으로도 느끼지 못한 짜릿한 느낌으로 충만했다. 아래로 펼쳐진 산자락을 바라보며 십수년전 보았던 융프라우보다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그때는 거의 90도 각도의 알프스산을 뚫어 100년전에 놓았다는 협괘열차를 타고 올라간 것이었고 지금은 내 발로 오른 것이라 그랬을 거다...그리고 한라산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산이기도 하다...
한라산이 곧 제주도고, 제주도가 곧 한라산이다. 산은 산, 길은 길이라지만 한라산도 자연에 일부며, 올레길도 자연의 일부다. 제주도자체가 자연이기때문이다. 제주도는 한복판의 한라산을 중심으로 섬 전체가 완만한 순상 화산으로 지형적으로 섬 중심부에 높게 솟은 주봉 부악(1,950m)을 비롯하여 한라산체를 이루는 1,000m 이상인 봉우리 20여 개만 제외하면, 나머지는 방패를 엎어놓은 듯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바다로 빠져든다. 한라산이 바다에 닿아 있는 셈이다.
한라산을 내려오니 백록담을 완주하면 증서나 메달을 준다나...나도 일행을 따라 오천원짜리 메달을 주문했다... 왜냐고? 그냥 왠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을 붙잡는 방법처럼 느껴져서그랬다고 해두자.... 아니면 단지 나에게 주고 싶은 작은 선물이었다고 하자...
작은 신발 주머니를 가지고 다니는게 불편하고 무겁지 않냐고 말을 들었지만, 나는 지금 생각해도 잘한거 같다. 무겁고 딱딱하고 조이는 등산화를 얼른 벗고 가볍고 부드러운 어그를 신으니 발의 피로가 금방 풀렸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사건이 꽤나 많았던 1일째 밤 얼른 씻고 내일을 준비하고픈데, 둥근세상님이 천제연폭포를 보러 산책(?)을 가자 하신다. 한라산백록담을 완주한후 저녁에는 올레길을 가며 회를 먹자 하시던 둥근세상님말씀을 일행은 '말도 안된다'고 하더니 다들 간다한다...10여분 거리(?)의 중문단지는 내가 제주도 올 때 마다 갔던 올인 촬영지로 이국적이고 멋진 곳이다. 하지만 느무 피곤한거다. 작은 반항을 하던 나는 회를 나 빼고 먹는다 얘기에 급변, 따라가고야말았다 ~ 둥근세상님 설득의 방법을 터득하고계신다. 중문단지는 관광단지로 잘 꾸며진 곳으로 롯데, 신라, 하이야트등의 최고급 호텔이 중문해수욕장과 같이 있고,산책로 등 시설들도 아름답게 꾸며놓은 곳이다. 가보니 아이스링크장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남아있어 화려했다.
떠나요~둘이서 모든 것을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 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티비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그 하늘 아래로
최성원의 <제주도 푸른밤> 노래처럼 제주도 푸른밤 유난히 반짝이는 별구경도 하고 얼음같은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올여름에도 올레코스를 돌다가 이곳에서 잠깐 발만 담그고 갔었다. 일정이 빠듯하면 쉬고 싶은 곳에서 쉬지를 못한다. 단체 코스로 여행을 하면 언제나 아쉬운 점이 그것이다. 그런데 천제연은 대체 어디냐규~ 둥근세상님 천지연과 천제연은 다르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셨는데, 결국 산책은 2시간짜리 올레길이 되어 나는 지친다..히궁 이런 아이언 피플들 같으니라구~ 징하다 징해~ 하지만 불평불만도 늘어놓을 수 없는게 옆에서 보니, 리딩하는 둥근세상님도 힘들어 하신다..우리에게 짧은 시간안에 좋은 곳을 보여주느라 그러시는 것이니 함구한다. 9시에 출발했으나 11시가 되었으니 횟집은 문을 다 닫고...속았음이야..흑~ 하지만 기어이 전화로 회를 주문하여 우리는 숙소에서 파티를 했다. 무서븐 사람들이다. 회를 한접시 먹고 이래저래 1시쯤 잤나보당~ 거의 혼절해서 잠들었으니 그 이후의 소식은 알수 없음이다.
산행일정은 관음사-개미목-삼각봉대피소-백록담-진달래밭매점-샘터-성판악이었다.
9시에 관음사를 출발 5시40분쯤 성판악에 도착 총8시간 40분소요되었다.
눈이 깊은데는 가슴까지 차올랐던 한라산 초입... 삼각봉 대피소는 새로 지은 건물이라 했다. 그 앞에서 단체 사진.
백록담에 도착하기 전의 깔딱고개라고 할까. 피로가 엄습해 오는 구간이라 일행은 많이 지쳐보인다.
백록담을 보고 하산하는 사람들이 군데 군데 앉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매우 부러웠다.
백록담 분화구가 너무 넓어 다 담을 수 없음이다.
백록담은 1시 30분이면 입산 금지 우리만이 백록담에서 사진 찍느라 분주하다.
운해 속의 한라산 정말 장관이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 그야말로 walking on the cloud~~~높이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진정 신선된 기분이 이러려니 싶다.
진달래밭 매점. 원래 성판악 쪽으로 올라오는 사람이 많아 백록담 데드라인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와서 줄까지 서가며 컵라면을 사먹던 곳이라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텅 비어있었다.
여기서 우리가 가져온 음식들과 물을 나눠 먹는다. 글구 퇴근하는 매점 아가씨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같이 내려왔다. ^^
내려오는 길은 봅슬레이선수처럼 썰매타고 쓩~
중문단지 팬션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 허기가 진터라 뭐든 꿀맛이었다. 귤 막걸리는 호기심에 한잔
마침 7천원 짜리 정식으로 성게미역국 돼지불고기, 갈치조림 정식이었다. 더해서 옥돔구이와 고등어조림도 먹었다. 나는 제주도 갈치조림을 넘 좋아해서리 행복했다.
저녁 산책으로 롯데호텔 수변로와 신라쪽 올인촬영지를 거닐었다. 롯데호텔은 인공호수에 아이스링크장을 개장했다.
누군가의 장난에 넘어져서도 저리 사진을 찍고 있을꼬..
중문해수욕장..별을 찍을 수는 없었으나, 제주도 푸른 밤 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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