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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본문

독서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bakingbook 2010. 1. 31. 19:05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에서는

"사랑은 기술인가? 사랑이 기술이라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 아니면 사랑은 우연히 경험하게 되는, 즉 행운만 있으면 빠져들게 되는 즐거운 감정인가?"

라고 질문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여행이야 말로 지식을 습득하고 노력을 해야하는 부분임을 보여준다. 시쳇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 ' 라고나 할까. 따지고보면 '여행' 은 눈앞에 밥벌이나, 학교나, 연애에 비함 사소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나고 돈이 있음 할 수 있는 브르조아들의 특권인양. 하지만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음 시간이 없다. 여전히 어깨에 짊어진 이 짐을 훌훌 벗을 수 없다.

그러구 봄 내가 하고 싶었던 유럽여행은 내가 공부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여유가 생겼을 떄 비로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대학에서 강의할 때는 못했던 것이지만 내가 학원에서 강의하기 시작하고서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참 뼈아픈 진실이다. 잘못 꿰어진 단추라고 어머니는 두고두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경제적 여유와 더불어 틈틈히 해외여행을 할 수 있었고, 유학에의 꿈도 키울 수 있었다. 남들은 그깟 부모님한테 기대서 여행도 다니고, 유학도 하라 하겠지만,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내 맘이 편하겠느냐구. 감당 못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제 떠날 수 있겠다 싶었을 때는 아버지가 아프셨다.

그때 떠나지 않은 것 그것이 내게는 손해가 되었을 테지만, 내 맘에는 아직까지 유일한 위안이다.

자연과의 접촉이 아무리 유익하다 해도, 우리는 그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연 속에서 보낸 사흘의 심리적 영향력이 몇 시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속적인 만족을 기대하지만, 어떤 장소에 대하여 느끼는, 또는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은 사실 짧다.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느끼고 싶어진다.

그것을 맘에 붙들지 못해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린다. 고갱은 타이티를 보고 그림을 남겼고, 고호는 꽃과 시트러스나무 강한 원색의 대비를 통해 그가 본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드라마틱한 그의 그림을 보면 33세에 요절한 그의 짦은 생 속에 그가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그림을 그리며 느꼈을 격정을 느낄수 있다.

평범한 나는 사진을 찍을 밖에 언제가 이사진을 그림으로 남길 지는 모르지만, 사진을 찍다보니 보지 못하고 가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미술비평가인 존 러스킨은 성급한 여행을 비판했다.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빨리 간다고 해서 더 잘보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사람의 기쁨은 결코 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

사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보는 것을 대체하는 물건으로 사용됐으며, 그 결과 전보다 세상의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다.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막을 건너고, 빙산 위를 떠다니고, 밀림을 가로질렀으면서도, 그들의 영혼 속에서 그들이 본 것의 증거를 찾으려 할 때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먼 땅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가 이미 본 것에 다시 주목해보라고 슬며시 우리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